I bet you like it, Bet you like this*
녀석의 그릇을 샀다.
어울리지도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괜찮은 게 무엇인지 묻고 직접 걸음 하기도 하면서, 눈 아픈 모니터를 주룩주룩 내리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그릇을 샀다. 일반적인 밥그릇처럼 속이 깊은 건 아니고, 국그릇처럼 널따란 것 또한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접시처럼 마냥 얇지도 않은 그런 그릇으로 말이다.
목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용도를
달리 할 수 있는 그릇,
때에 따라 이런저런 모습으로 바뀌는
녀석을 닮은 듯한 그릇으로 샀다.
사실 모양은 그리 고민되는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고민돼 머뭇거리던 건 그릇의 색깔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제 모습이 바뀌는 녀석과 언제든 어느 때든 어울릴 색깔이어야만 했다. 덕분에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색깔이 마음에 들면 어째선지 모양이 괜히 신경 쓰였고, 저 모양이 괜찮은 것 같으면 색깔이 별로였지.
색깔도 모양도 전부 완벽하다고 느끼면 조잡스런 무늬가 그려져 있더라고. 이거도 아니고 저거도 아니라면서 이리저리 헤매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아마도 녀석은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을 텐데_ 나 혼자 유난이었다. 꽤 예전부터 이런 식이었다.
뭔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때라면 쓸데없는 강박증이 도진다. 원인이라든가 결과 따위가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어떤 버릇을 동반하는 강박증이냐면 그건 역시 아닌데_ 뭔가를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그런 강박증이 도진다.
아무튼 이럭저럭 긴 시간을 헤맨 끝에 괜찮은 그릇으로 샀다. 썩 값싸지도 않고 썩 비싸지도 않은 정도의 그릇으로 말이다. 목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용도를 달리 할 수 있는 그릇, 때에 따라 이런저런 모습으로 바뀌는 녀석을 닮은 듯한 그릇으로.
강박증 같은 헤맴에 선택은
네 눈동자가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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