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 (2)

바늘 같아 이 관계는, 찢어져서 꿰매어도 따갑네*

by강혁준

녀석은:


내가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에 가만가만히 느긋하니 여유 많은 고양이처럼 머문다. 한없이 협소하기만 했던 어렸을 적의 단칸방에서, 그럭저럭 널따란 지금의 집까지 녀석은: 내가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에 가만가만히 느긋하니 여유 많은 고양이처럼 머문다.


그러니까, 녀석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바깥세상을 겪은 적이 없다는 거지. 어렸을 적의 단칸방에서부터 이럭저럭 널따란 집까지 나를 졸졸졸 따라왔던 녀석은: 굳게 닫혀있는 현관문 너머의 짧은 복도조차 모르고 산다는 뜻이다. 녀석이 이따금씩 적적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는 베란다 창문, 얇은 유리 너머의 세상까진 얼핏 언뜻 알고 있겠지만 그 외外. 내가 헤매듯이 맴돌다가 되돌아오는 저 세상은 모를 거다.


그만큼 녀석의 시야와 공간은 작고 비좁다. 그래서 그럴까, 가만가만히 머무는 녀석을 바라보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짚어보면 그런 짐작이 든다. 어쩌면 나의 존재가 녀석의 시야와 공간을 툭툭, 잘라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짐작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녀석이 모르는 바깥세상

그곳을 떠도는 해와 구름의 시간


이따금씩 궁금하다.


내가 없는 나만의 공간에 머무는 녀석은 어떤 모습인지. 시대가 좋아진 만큼 집안 곳곳에 홈캠이라도 달아둘까 싶었는데 녀석도 녀석 나름의 사생활이라는 게 있을 테니까. 어딜 어떻게 생각해도 기분 나쁘기만 한 관음증 같은 생각에 쯧쯧 고갤 가로젓는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강혁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소외로운 사랑으로 서툴게나마 오지 않을 당신의 부재를 채워봤다. _ 시선과 버릇(2024)中

2,42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10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