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의 뜻을 침묵으로 들려주는 듯했지.
긴 시간을 함께했으나 여전히 그 정체를 모르겠는 녀석은: 여태까지 음식을 섭취한 적이 없다. 이어서 생명이라면 당연하다는 배설도 없다. 이런 탓에 이따금씩은 녀석이 귀신같은 존재가 아닐까 의심하곤 했었는데_ 솟구친 의심을 이겨먹지 못해 손을 뻗어보면, 이토록 현실적인 감각만이 머뭇거리는 손끝에서 빙빙 맴돌더라고.
모쪼록 녀석은 흔하디 흔한 생명처럼 여기 이곳에 머물고 있지만, 생명활동의 필수라고 부를 수 있는 동작은 일절 하지 않는다. 손길과 눈길을 필요로 하는 여느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부류는 확실히 아닌 것도 같지. 녀석은 아주 옛날부터 이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따라왔으며 지독한 오늘로 곁에 머물고 있다.
오늘도 내 곁에 머물고 있는 녀석의 일과는 단순하다. 저번 새벽처럼 나를 데리고 다니며 웅얼웅얼 투정을 부리거나 혹은, 하릴없이 공간을 배회한다거나 또는, 가만가만히 앉아서 허공을 바라보다가 누워있다 낮잠을 자거나 한다. 너무나도 단순해서 ‘일과’라는 단어를 덧붙이는 일도 뭔가 사치스러울 정도지.
그러고 보면 그래, 예전의 녀석은 내게 해괴한 장난을 치기도 했다. 해괴한, 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언제였을까. 절대 까먹지 않을 거라 굳게 믿을 만큼 충격적인 장난이자 사건이었는데_ 시간보다 앞서는 기억이란 없는 탓인 걸까. 시기가 언제였는지 좀 흐릿해졌네. 녀석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 언제까지나 애 같을 줄로만 알았던 나도 결국 나이를 먹는 만큼 나름대로 어른이 되는 듯하다.
잊을 수 없을 거라 믿었던 것들은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렸고, 익숙해지면 안 될 것만 같은 이런 일상마저도 익숙해져 버린 게 그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 아무튼 정확한 시기는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녀석이 어떤 해괴망측한 장난을 쳤는지.
그때의 상황만큼은 다행스럽게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억을 두고서 다행이라 말해도 괜찮은 건지, 갖가지 의문이 시간에 끌려 다니는 기억의 꽁무니에 매달린 기분인데_ 이미 그러한 기분을 함부로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의문은 잘 떨어트려 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잡하게 조작해 보는
기억,
어떤 날의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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