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_지카우치 유타 지음

by편은지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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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된 바카라을 매끄럽게 읽고, 저자의 의도가 그대로 독자에게 와닿기는 쉽지 않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외국어의 전달력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바카라은 굉장히 좋았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 출간과 같은 일을 하게 되면 리액션에 대한 집착이 생긴다.

태생적으로 본래 그렇기도 했던 터라 직업을 갖게 된 후 이는 더욱 심해졌다.


시청률, 댓글, 성과, 북리뷰 등 리액션은 그 종류와 범주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 바카라은 주장은 일단 무언가를 해주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 관심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이 바카라은 그것을 순수한 증여라고 하며, 내가 한 만큼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교환'이라고 정의한다.

교환을 단어 그대로 물물교환하듯 '내가 이만큼 해주었으니, 너도 마땅히 이만큼 해주어야 한다'라는 맹목적 기대와 압박이다.


순수한 증여만 있을 것 같은 부모 자식 간에도 의외로 교환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도 한다.


태어나면서 자녀가 부모를 어려워하고 부채의식을 갖게 되는 건,

내가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았으며, 그것에 대한 권한과 권력을 부모가 갖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조건 없는 사랑이란 문장으로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인류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인간이 여전히 동물 중에는 가장 미숙한 형태의 생명체를 낳는다는 것. 그것 또한 보답을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하는 슬롯적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는 해석이 흥미로웠다.


어떠한 분석이나 이론적 근거를 대기보다, "그건 원래 그래."라고 단언하는 것의 힘이 센 것처럼 마치 진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해당 문장을 아래에 인용해 두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뇌가 작은 미숙한 신생아를 낳는다는 해결바카라 말고도 성인의 신체가 진화해 직립 보행이 가능한 상태에서 골반을 키우거나 산도를 넓히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뇌가 완전히 자란 아이를 낳는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그와 같은 신체적 확장이 아니라 슬롯적 능력을 선택했습니다.


육아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동료.

보답을 바라지 않고 서로 돕는 관계.


우리는, 우리가 인간이 되어 말 그대로 대지에 일어선 순간부터, 즉 인류의 여명기부터 ‘타인에게 받는 증여’와 ‘타인에게 주는 증여’를 전제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처럼 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간신히 이 세계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또한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서 하는 금전적 제재에 대한 역효과도 흥미로웠다.

범칙금이나 벌금을 부과하면 오히려 죄바카라감 같은 감정을 이미 돈과 교환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미안함 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10여년 전 예능 피디가 되기 위해 꽤 긴 시간 또래 언론인 지망생들과 그룹 스터디를 했다.

어느 스터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무탈한 운영을 위해서는 과제는 물론 정시에 참석해서 같이 토론하고 글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또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각생과 잦은 결석생은 늘 있었다.


고지식함이 몸에 배어 그런 것을 절대 용납하는 성격이 못 되는 나는 그게 참 싫었다.

매번 20분씩 늦고, 빠지고 허술하게 웃어넘기는 이들.


결국 개선이 되지 않아 지각/과제 미완성에 대한 벌금은 나날이 상향되었고 무려 5천 원까지 올라갔다.

13년 전에 5천 원은 나름 꽤 큰돈이었다. 10원 한 푼 벌지 못하던 언론인 지망생, 이른바 백수로서 내야하는 돈으로는 더더욱 그랬다. 심지어 한 번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3개월 정도 모인 벌금이 수십만 원이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돈으로 두고두고 볼 수 있는 바카라이라도 사서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어른인 척 하는 아기같은 20대 대학생들은 벌금을 모아 회식을 했다.

마치 대주주가 있는 것처럼 상습 지각&결석생 두어 명이 내는 턱과 마찬가지였다. 그때 개운치 않게 얻어먹었던 턱이 아래 구절을 보면서 떠올랐다.


*감봉과 벌금 같은 금전적 제재로 일탈과 위반 행위를 줄이려고 했지만 역효과가 일어나고 말았다는 흥미진진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앞선 두 가지 사례는 교환의 논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런 결과가 일어났느냐면, 송구함과 죄바카라감 같은 감정을 돈과 교환하기 말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지불함으로써 부채의식을 없앨 수 있게 한 셈이죠.




*인간관계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상대방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좋은 사람’이라서 그 관계에 지치는 것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좋은 사람이라고 위장하는 사람’과의 소통 때문에 우리는 피폐해집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는 증여와 교환이 교차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도 인상 깊었다. 나쁜 상대에 치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고 위장하는 이와의 소통이 우릴 멍들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 바카라의 주제는 증여와 교환이므로,

진짜 좋은 사람은 증여, 좋은 사람으로 위장하는 이는 교환에 해당되겠다.


내가 무언가를 건네 주고 그 대가와 본전을 궁금해 하지 않는 행위는 생각보다 세상을 큰 부분을 바꾼다고 한다. 스스로에 대한 변화는 당연하고 말이다. 나로서도 도전해봐야 할 부분이다.


내가 한 만큼 돌려받지 못해 억울하고 분한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저자의 바카라은 국내에 두 권이 출간된 것 같은데,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이 바카라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