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질 때를 잘 아는 것은 어떤 힘이 되는가
첫 번째 바카라 <덕후가 브랜드에게>
두 번째 바카라 <사람을 기획하는 일>
그리고 세 번째 바카라 계약을 완료했다.
몇 달 전이었고 지난주 에필로그까지 1차 원고를 전송했다.
방송이 생계이지만 평생 하고 싶은 일은 읽고 쓰는 것이라고 말하며 살아왔다.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지치지 않고 게으르게 할 수 있다고 자만했기 때문이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안일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좀 더 무겁게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 한다.
내가 가장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스로를 잘 아는 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도 같다.
최근 김미옥 작가의 <미오기전>이라는 바카라을 읽었다.
아래 문장을 필사했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다. 누군가 울면 가슴부터 미어졌다. 혼자 우는 눈물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가끔 무방비가 되어 버린다.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 우는지가 중요했다.
나도 누군가 왜 우는지 물어봐줬으면 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인간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부분이 부러웠다. 그 이유 또한 명확했다. "나도 누군가 왜 우는지 물어봐줬으면 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년 전쯤 국립현충원 실내 관람실에서 난생처음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
뭔가 속이 안 좋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바로 고목나무처럼 쓰러졌다는데 그 순간이 기억나진 않는다.
병원에서도 큰 이상이 없었고, 검색 끝에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뇌로 피가 빨리 가지 못해 식은땀이 나고 하품이 나다가 결국 쓰러지는 것이다.
나의 몸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난 후, 나는 쓰러짐의 징후를 파악하는 사람이 되었다.
일단 그 느낌이 오면 하품과 눈물이 콤보로 미친 듯이 난다. 그럴 때 대처법은 일단 그 자리에 옆으로 눕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대중교통 이용 중에 이런 일이 잦기에 쉽지가 않다.
일단 창문을 내려 찬 공기를 쐬고,
덥지 않게 겉옷을 벗고 창가 쪽으로 최대한 머리를 낮춰 기댄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내려서
벤치에라도 눕거나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면 보통 해결된다.
해결법이 허무하리만큼 간단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눈앞에만 조명이 꺼진 듯 깜깜하고 막막하고
당장 내 옆에 앉은 승객조차 커다란 바위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어떻게 변해가는지 또 어떤 대처로 나아지는지 알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를 알고 언제 쓰러지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바카라에 매몰되어 즐기는 인생을 살았지만,
왜 쓰는지 왜 써야하는지 이것으로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 스스로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지금 나에게 세 번째 바카라의 완성도 만큼이나 중요한 바카라무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