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김에 교토

참선을 향한 명상 정원 ‘료안지’

by노푸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석정(石庭) ‘료안지’는 사찰 안에 하얀 모래와 15개의 바위로 만든 독특한 가레산스이(枯山水)이다. 료안지의 정원은 그중에서도 방장(方丈) 앞에 조성된 ‘방장정원’에 해당한다. 방장(方丈)은 사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을 의미하며 보통 주지 스님이 거처하는 곳과 건물 전체를 뜻한다.

가레산스이(枯山水, かれさんすい) : 일본 정원 양식 중 하나로, 물 없이 돌과 모래, 자갈, 이끼 등을 이용해 산수(山水)의 풍경을 표현하는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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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산수 정원이 주는 담백함과 절제된 분위기에 심취해 본다. 남향에 가로로 긴 형태로 80평 정도의 정원은 낮은 흙담과 백사, 그리고 15개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서 보나 14개처럼 보인다는 신비한 설화도 지니고 있다니. 이런 석정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료안지만의 빼어난 매력은 어떤 나무나 풀도 없이 그저 백사와 돌, 그 사이를 가르는 둥근 선과 직선만 있다는 점이다.


비움을 수행하는 수행승들에게 불법(佛法)을 논하며 참선(參禪)으로 다가가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어 보인다. 료안지의 돌은 이제 막 삭발을 마친 수도승의 민머리를 닮았다. 아직 푸르스름한 머리털의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정수리처럼, 그 은은한 빛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흔들림 없이 정진하는 구도자의 의지가 거기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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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선(禪)을 표현하는 료안지는 관조하는 이에게 무아(無我)를 통한 번뇌의 고리를 끊고 고요히 자신의 마음을 응시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힘은 동서양을 막론하는 듯, 서양인 관광객들은 신발을 벗은 채 마루에 앉아 고요히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마냥 생경한 나는 꽉 차 있던 마루에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가 발소리도 신경 쓰며 천천히 걸어가 빈자리에 앉는다.

한눈에 다 담기지 않는 정원을 천천히 바라본다. 회백색의 모래 자갈과 제작자가 내키는 대로 놓은 것 같은 돌의 배치. 언뜻 보면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균형이란 것이 본래 편안함을 주어야 하건만, 나는 이 균형감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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