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로운

해고라는 결핍이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by노푸름

꿈빛 쇼콜라티에

우리는 교토시 동물원이 있는 니죠 거리를 지나, 마루타마치와 헤이안신궁 주변인 오카자키 주택가를 걷고 있었다. 식당까지 5분만 더 가면 도착한다. JJ도 잘 따라오고 있겠지 하고 뒤를 돌아본다. 이런, 함께 걷던 JJ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방금까지 내 뒤에 있었는데.


"JJ야!"

대답이 없다. 호기심 많은 JJ는 분명히 무언가를 보고 들어갔을 게 틀림없다. 가만 보니 저쪽에 현관 입구가 보였는데, 거기 안으로 들어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JJ는 마치 그곳이 목적지인 양, 정작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른 채 안으로 들어갔다.

외관만 봐서는 그곳의 정체를 알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뭘 파는 곳인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클래스를 운영하는 곳인지, 아니면 개인 사택이면 어쩌나 싶어 나는 다급한 마음에 소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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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나와! 개인 집이면 어떡해!"

"잠깐만, 내가 보고 올게."


JJ의 호기심은 집념이라 부를 만큼 대단했다. 그 호기심을 풀지 않으면 좀처럼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체념하고 기다렸다. 한시라도 빨리 식당에 가야 하는 상황에 이게 무슨 유턴인가 답답해하면서도 별수 없었다. 나는 멀찍이 서서 현관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어둑어둑해진 거리와 달리 그 안은 따뜻한 조명이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숲속에 요정이 살 것만 같았다. 아담한 나무들과 우거진 수풀, 소담스럽게 만든 돌길을 보니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들어가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쯤 JJ가 나왔다.


"여기 초콜릿 가게래."

"초콜릿?"


그리고 주인 분이 함께 나왔다.

"Hi."

엘프가 있다면 이분을 보고 만들었을까. 새하얀 피부에 긴 생 머리의 금발, 투명한 눈동자까지. 마치 이 숲속에 사는 요정이 우리를 마중 나온 것 같았다.

"HI~"

나는 그 영어에 맞춰 인사를 했다.

그녀는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고,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바깥과는 다르게 일본 전통 가정집을 개조한 카페 같았다. 10평 정도의 다다미방에는 일본 식기들과 집기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은은한 조명과 편안한 향이 우리의 긴장을 녹여주었다.


그녀는 가늘고 여린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 공간을 설명해 주며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관심을 가져주셨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탓에 영어 듣기 평가처럼 집중을 해야만 간신히 들을 수 있었지만, 자신을 최대한 표현하려는 노력이라는 것만은 해석할 수 있었다.


"메뉴! 메뉴~ 플리즈."

"오케이~"


우리는 입장하고 나서 20분이 지나 서야 메뉴판을 볼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기도 전에 나는 감탄을 참을 수 없었다. 메뉴판은 그야말로 핸드메이드 100%였다. 여러 가지 천과 가죽을 덧대고, 메뉴 하나하나를 직접 사진을 콜라주 해서 만든 한 권의 아트북 같았다. 물론 완성도는 떨어지겠지만 그 불완전한 그대로 좋은 기운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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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친절하게 메뉴를 설명해 주었다. 초콜릿 세트 1개와 음료 2잔을 시키고 싶었지만, 그 친절함에 반비례하는 우리의 소통 능력으로 과하지만 초콜릿 세트 2개를 주문하게 됐다. 그럼에도 1세트당 1200엔 정도로 저렴했기에 불만은 없었다. 그렇게 주문을 받자 요정 사장님은 사라졌다. 나는 콘센트에 휴대폰을 꽂아 충전을 해두고 공간을 둘러보았다.


입구에 들어와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오른쪽을 보면, 가게의 넓은 정원이 낮은 방과 이어져 있어 풀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도 든다. 어두워진 숲은 짙은 초록색을 띠고, 그 아래 조명들이 은은하게 빛나며 정원을 운치 있게 만들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방은 모두 좌식으로, 대나무를 엮어 만든 다다미 바닥은 단단하면서도 쿠션감이 느껴져 편안했다. 주인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보였다. 낮은 바카라상에 올려둔 향이며 그림, 대나무 물통까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곳만의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쯤 주인장은 우리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걸었다. 우리는 번역기를 열심히 돌려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답만 하기 민망하기도 하고, 서양인 분이 어쩌다 일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지도 궁금해졌다.


"웨얼아유 프롬?"

"아임 캐네디안."


그녀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이곳에 온 지 20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첩을 보여주었다. 남편은 이곳에서 20년 경력의 쇼콜라티에라며, 외국 유명 잡지에 실린 기사를 보여주었다. 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며 번역기를 써서 소통을 이어갔다. 심지어 쇼콜라티에 아들은 의사라고 했다. 그 아들을 보러 부산에 자주 간다고도 했다. 우리가 잘못 해석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부산에 아들이 있는 것인지 분명하게 말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소통은 흥미로웠다.


그녀는 우리와 한창 대화를 하다가 주방으로 사라졌다. JJ는 정원을 구경하고 싶다며 밖으로 나갔다. 나는 이 조용하고 신비로운 공간이 신기해서 낯선 어색함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내가 여기를 왜 온 거지. 초콜릿 가게라고 하는데, 정말 신기하다. 사실 이런 공간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곳은 애초에 가려던 곳도 아니었고, 사장님의 환대는 일반적인 카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진했다. 게다가 교토에서 서양인을 만나다니. 그것도 20년이나 생활한 캐네디안.


"여기 누가 오셨는데."

"누가?"

우리가 구경하는 사이, 바깥에는 우리처럼 이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 들어온 손님이 있었다. 나는 카페를 했던 경험을 살려 저 손님을 이 캐네디안에게 물어다 주고 싶은 영업력이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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