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을 하나 줄였더니 장면이 살아났다

설명하려고 했던 문장을 지우자, 독자가 스스로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byMiracle Park



원고를 고치다가 문장 하나를 지웠다. 꽤 마음에 드는 문장이었다. 인물의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했고, 내가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주제도 담겨 있었다. 지우고 나니 불안했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전달하려던 의미를 놓치면 어쩌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문장을 지운 자리에 인물의 행동이 들어왔고, 독자는 내가 설명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독자를 위해 쓴 문장이 오히려 독자가 생각할 기회를 빼앗고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는 친절하고 싶다. 인물이 왜 화가 났는지 알려 주고, 왜 침묵했는지 설명하고, 그 침묵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정리해 주고 싶다. 독자가 한 문장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명을 덧붙인다. 그런데 설명이 많아질수록 장면은 작아진다. 인물은 작가의 해설 뒤로 숨고, 독자는 이야기를 경험하는 대신 작가가 정리해 놓은 감정을 전달받는다.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까 봐 덧붙인 문장이 독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까지 없애 버린다면, 그 친절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문장을 더하는 일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다. 언제 설명을 멈춰야 하는지 아는 일이다.


# 1. 작가는 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 할까

글을 쓸 때 가장 불안한 순간은 독자가 내 의도를 오해할 가능성을 발견했을 때다. 분명히 슬픈 장면을 썼는데 독자가 슬픔을 느끼지 못하면 어쩌나. 인물이 화를 참는 장면을 썼는데 그 행동을 무관심으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작가는 서둘러 설명을 보탠다.


“그는 아내에게 몹시 화가 났지만, 여전히 아내를 사랑했기 때문에 차마 모진 말을 하지 못했다.”


인물의 감정은 명확하다. 화가 났고, 사랑하고 있으며, 그래서 말을 삼켰다. 독자가 오해할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독자가 발견해야 할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작가가 감정의 원인과 결과를 모두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바꿔 보자.


“그는 아내를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식탁 위에 놓인 아내의 약봉지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화가 났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없다. 그런데 독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궁금해한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 했을까. 화가 나면서도 아내의 약을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시간이 쌓여 있을까.


물론 독자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 차이가 오히려 문장을 살아 있게 만든다. 첫 번째 문장이 감정을 전달한다면, 두 번째 문장은 감정이 생겨날 자리를 만든다. 작가가 설명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글을 짧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독자가 이야기에 참여할 공간을 남겨 두기 위해서다.


# 2. 감정을 말하지 말고, 감정의 흔적을 남겨라


“그녀는 외로웠다. 남편은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어 서글펐다.”


이 문장은 인물의 상태를 친절하게 알려 준다. 하지만 독자는 외로움을 직접 경험하기보다 외롭다는 설명을 읽는다. 비슷한 의미의 문장이 세 번 이어지면서 감정은 오히려 평면적으로 변한다.


다음처럼 바꾸면 어떨까.


“그녀는 두 사람 몫의 국을 끓였다. 남편이 집을 나간 지 석 달째였다. 식탁에는 작은 그릇 하나만 놓았다.”

여기에는 외롭다는 단어가 없다. 대신 두 사람 몫의 국과 작은 그릇 하나가 있다. 독자는 그 사이의 시간을 상상한다.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일 수도 있고, 아직 끝내지 못한 기다림일 수도 있다. 이것이 묘사의 힘이다. 묘사는 사물의 생김새를 자세히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감정을 대신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흔적을 장면 안에 남기는 일이다.


물론 국 한 그릇에 반드시 특별한 상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은 그저 국일 수도 있다. 작가가 의미를 강요하지 않아도 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가져와 장면을 읽는다. 누군가는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고, 누군가는 혼자 먹는 저녁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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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전문작가. 현지 취재ㆍ르포ㆍ출간ㆍ강연으로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신비를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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