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를 믿어야 하는
진짜를 찾느라 온종일을
동공이 묶여 산다.
진짜 맛집에 혀를 맡기고
돈을
써야 하고
진짜 사랑에 몸을 맡기고
돈도
써야 하고
진짜의 진짜를 찾기 위해서
돈으로 셀 수 있는 생들을 마구
써야 하고
그도 지치면 인공지능에게 의탁해
또다시 진짜를 찾아 헤매느라 애를
써야 하고
가짜가 왜. 어때서, 니가 뭔데. 그게 뭐라고.
지갑을 두고, 시간을 두고
내린
막차도 끊긴 인생의 정거장에서
가짜인 나를
발견할 때, 알몸 같은 쾌감
변기물을 내리고 깨끗한 척 손을 씻을 때처럼
진짜 시와 가짜 시가 만나 살을 섞는 동안
내 진짜 언어는 만남도 이별도 없는 정류장 벽에
가짜들을
써야 한다.
발아래 땅이지 못했던 그곳과
손안에 잡히지 못했던 당신과
품 안에 담기지 못했던
나를 살게 한 가짜들의 역사를 남기고
너를 죽게 한 진짜들의 역사를 떠난다
낡아서 무덤 같은 정류장에 해가 뜨면
죽은 할머니들이 맨발로 장바구니를 들고 와
산사람처럼 앉아 햇볕을 마신다
버스는 오지 않고
사람도 살지 않는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