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ic

목신의 오후

by김틈

<목신의 오후의 Panic>


평화로운 낮잠을 사랑하는 반인반수 그리스의 신 Panikos, 줄여서 Pan. 여기서 유래된 Panic은 갑작스러운 공포를 말한다. 현실과 괴리, 대비와 단절, 물에 들어갔을 때 발이 닫지 않는 순간 느껴지는 공포와도 같은. 알 수 없음으로부터 기인한 갑작스러운 비현실적 무력감. 낮잠을 깨우면 내뿜는 Pan의 기괴한 포효, 혹은 낮잠을 강제로 깨게 된 사람들의 당혹스러움.


가장 잔인한 복수는 무엇 때문에 누구로부터 언제 받는지도 모르는 처분을 받게 되는 것, 어디서 누가 던졌을지도 모를 돌을 맞는 것. 그 이유를 끝까지 모르게 되는 것, 일종의 공황(Panic)을 주 재료로 한 복수 혹은 처분.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생사가 아닌, 진짜 나와 그 사람에게 얽힌 이야기들을.

그래야만 허망하고 공황스러운 슬픈 결말을 피할 수 있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를 들으며

최근은 잠깐 졸음이 오는 찰나에도 이 세상과는 다른 이야기와 인물과 사건들이 종종 흐르는 경험을 한다.

잠을 자면 꿈속에서는 낯선 전철역과 전철 지붕들을 바라보며 기괴한 구조물 위에 서 있다.

때론 지구의 환경과는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배회한다.

공포는 익숙한 공포가 아닌 전혀 새롭고, 낯선 공포들을 경험한다.

빠르고 강하고 공격적인 구체 속에 숨어있던 한 존재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면

그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같은 존재가 된다. 내 힘 으로는 막기 힘든 그 공격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

치면서 깨어난다. 목신이 꿈에 나타난 걸까.


삶은 기대와 다른, 익숙하지 않은, 낯선 혹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닥칠 때마다. 몸과 마음의 근육을 긴장시킨다. 그 공포가 과할 때 긴장은 경직이 되어 사람을 멈춰 세운다.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존재란

무한한 공황.


손가락을 발가락을 하나씩 펴고 움직이며 감각을 찾아나가는 탈출법을 써도 안될 땐

스스로가 Panikos가 된다.

낯설고 모르고, 이질적인 세계로 나를 던진다.

드뷔시의 선율은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헤비메탈 리듬으로 바뀐다.

평면이 오면 입체로, 수직이 오면 수평으로, 어둠이 오면 더 빛나는 어둠으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머리가 아프다.

누군가 뿔을 뜯어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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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의 '판과 시링크스' 중에서 '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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