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진화

by로드퓨처

드라마 '미생'에서, 긴 테이블 끝자리에 최영후 전무 (배우: 이경영)가 앉아 있다. 임원들의 보고를 조용히 듣고만 있다.


“실적은 전년 수준입니다.”

“시장 상황이 불확실합니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하겠습니다.”


틀린 말은 없지만, 새 이야기도 없다. 질문은 없고, 반대도 없다. 최전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합시다.”


회의는 조용히 끝났고, 아무도 바카라임질 일이 생기지 않았다.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아무도 낙마하지 않는 한 해를 확보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장면은 현실 속 '몸사리는 임원'을 떠올리게 한다.


통계를 보면 임원 비율은 약 0.8%다. 120명 중 한 명만 임원이 된다. 그리고 매년 생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퇴임할 임원 수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새로 승진하는 임원 수와 합쳐 전체 임원 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


승진 대상은 ‘공’으로 선발하지만, 퇴임 대상은 대개 ‘과’가 있는 사람을 고른다. 공이 크면 승진, 과가 있으면 퇴임, 그리고 평타를 치면 생존.


이게 매년 반복되는 임원 생존 테스트의 구조다. 이 구조 안에서 임원의 진화 방향이 정해진다.


현실적으로 더 올라가기 어렵다면, 최선의 결과는 생존이다. 그러다 보니 목표는 단순해진다.


“과 없는 한 해 보내기.”


새로운 시도는 부담이다. 실패하면 과로 기록될 수 있고, 그건 곧 생존 리스크로 이어진다. 그래서 하던 대로 한다. 괜히 모험하지 않는다. 체조에서 고난도 연기를 했다가 실패하면 벌점을 받는 것처럼.


이것이 임원의 진화 방식이다.

현상 유지, 복지부동, 무사고 1년.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버틴 임원 중에서 가끔 승진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 해에 특별히 공을 세운 사람이 없으면 가능한 일이다. 이쯤 되면 아주 ‘효율적인’ 진화 전략이 된다.


하지만 이런 임원이 많아질수록 조직은 점점 수동적이 되고 역동성을 잃는다. 임원 한 사람의 태도가 조직 전체를 가라앉힐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임원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요구한다.


임원이 역동적이면 그 영향은 아래로 갈수록 증폭된다.


패기 있고 “뭔가 해보자”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 이 문화를 만드는 건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몫이다.


복지부동하는 임원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조직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임원이 역동적이면 그 영향은 아래로 갈수록 증폭된다.

패기 있고 “뭔가 해보자”는 문화가 자리 잡는다. 이 문화를 만드는 건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몫이다.


복지부동하는 임원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조직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새로운 도전을 하다가 실패하는 임원을 몸사리는 임원 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시그널을 줘야한다.


임원의 진화가 '안전한 생존’이 아니라 ‘의미 있는 도전’을 향하도록 선택압을 다시 설계하는 것, 이것이 회사의 일일 것이다.


임원의 진화가 '안전한 생존’이 아니라 ‘의미 있는 도전’을 향하도록 선택압을 다시 설계하는 것, 이것이 회사의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