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차장은 늘 충혈된 눈으로 말하곤 한다.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직을 꿈꿀까? '미생'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늘 '지금 이곳'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답이 있을 거라 믿곤 한다.
하지만 더 높은 직급을 찾아 떠난 후배가 내뱉은 첫마디는 뜻밖에도 '후회'였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후배를 만났다.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라, 밝아 보일 줄 알았던 후배의 얼굴은 정 반대였다.
소주를 연신 들이켜더니 끝내 후회스럽다는 말을 꺼냈다. 대기업에서는 승진 가능성도 높지 않고, 본인이 원치 않는 일도 해야 한다는 게 후배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이직하면서 직급도 높였고 본인 전공과 맞는 포지션으로 갔으니 겉으론 원하는 걸 모두 얻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잃는 것도 있었다. 불황으로 투자가 얼어붙어 미래가 불투명하고 복지도 예전만 못했다.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림의 떡으로 보였다.
그런 예상도 못하고 이직을 했냐고 묻자, 후배는 이전 온라인 게임에서 일단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했다는 것이다.
그럼 벗어난 걸로 목표 달성은 한 게 아니냐고 하자 후배는 조심스레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예전 온라인 게임 상사가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곳에서 성취하지 못하면 다른 곳 어디를 가든 성취하기 힘들 거라고.
후배는 그냥 일이 싫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핑계를 대고 옮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태도로는 어딜 가더라도 또 다른 핑계를 찾을 게 뻔하다.
이직하려면 이직하고자 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일이,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싫어서 핑계 대는 것에 불과하다. 이때 필요한 건 이직이 아니라 휴가 내고 리프레쉬하는 것이다.
오 차장이 장그래에게 건넸던 "길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라는 말처럼, 결국 중요한 건 어디에 서 있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걷고 있느냐가 아닐까?
핑계를 찾아 떠난 길 위에는 또 다른 핑계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