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프롬프트. [AI는 다섯 살 꼬마아이]

by민경민

영화평론가의 AI 영화감독 데뷔기

다섯 번째 프롬프트. [AI는 다섯 살 꼬마아이]


영화 현장에서 감독이 머리를 쥐어뜯는 일은 대개 부족한 예산과 일정 때문에 일어난다. <베테랑>의 최영환 촬영감독은 후반부 빌딩 장면을 찍을 때 벽면의 색이 장면과 어울리지 않아서 뒤늦게 미술팀과 상의했다가 빌딩 대관료와 추가 작업료, 촉박한 기한 때문에 대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렇게 청계천에서 LED등을 급조해 만든 게 마약 파티 신이다. <베테랑>이면 당시 국내 영화에선 규모가 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일이 많았다고 노련한 촬영감독은 회상한다.


그러나 AI 영화를 만들어 보는 입장에서 그런 환경조차도 부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적어도 ‘화장실 가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현재 AI 영상은 많은 부분에서 데이터가 축적되고 또한 영상을 만드는 AI 영상 제작자들의 프롬프트가 쌓여 평범한 장면들은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도 쉽게 구현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Go Around>를 만들고 있을 때는 상황이 그렇지가 않았다. AI 영상에 등장시킨 인물들은 문을 제대로 열지도 못했으며 의자에 앉는 법, 물을 마시거나 글씨를 쓰는 법도 모른다. 인물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낙엽도 그 자신이 어떻게 떨어져야 하는지 모르고, 방은 전후좌우가 뭔지 몰라서 수시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크 디멘션처럼 벽면 모양을 바꿨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도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쓰더라도 종종 튀어나오는 문제다. 이 역시 일관성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물리 법칙이나 시공간을 이해하는 개념이 아직 AI에게는 부족하다. 지식이 부족하다기보다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이다(그러니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모든 물리법칙을 질서 정연하게 마련하는 우리 실제 세상은 얼마나 정밀한 시뮬레이션인가). 그래서 프로토타입 단편을 만들 때 나는 AI 영상 제작자들이 흔히 겪는 황당한 사례를 똑같이 겪었고 어떤 부분은 도저히 타협이 안되어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방치해 버린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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