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의 AI 영화감독 데뷔기
여섯 번째 프롬프트. [기적의 강림과 지갑]
2025년 5월 21일, 구글 I/O 2025 행사는 역사적인 모델 하나를 발표했다. Veo 3가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늙은 선원이 파이프를 들고 거친 바다 위에서 걸쭉한 목소리로 대사를 말하는 그 장면의 충격은, 처음 <트랜스포머>를 본 날 오프닝 시퀀스에서 미군기지를 초토화시켰던 블랙아웃의 변신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Go Around>를 만들 때 가장 문제였던 부분들은 Veo 3에서 대부분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림이 움직이는 것 같던 뻣뻣한 인물들의 움직임이나 어색한 표정, 옛날 3D 게임에서나 볼 법한 섬세하지 못한 조명과 질감, 공간 구성을 제멋대로 흩트려놓는 물리 법칙의 왜곡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구글 AI 연구소에서 고르고 고른 장면들을 시연 장면으로 선보인 것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네이티브 오디오 기능은 정말로 압도적이었다.
당시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네이티브 통합 오디오 생성(Native Integrated Audio Generation) 기술은 90억 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를 활용한 별도의 오디오 엔진으로 AI가 영상 속 인물의 대사나 객체가 부딪히는 장면에서의 효과음 따위(예컨대 유리잔을 탁자에 올리는 소리나 부서지는 바위의 소리)를 이해하고 즉시 적용한다. 우리가 영상에 필요한 효과음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AI가 영상을 분석해 자동으로 적절한 효과음까지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소리가 나오는 영상과 그렇지 않은 영상의 차이를 가르는 정도를 넘어서 AI 영상이 공간 자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된다. 만약 AI가 어떤 물건의 소리를 재현하려면 그 물체의 물성이나 특징들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상 안에서 그 물체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바위가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고 했을 때, 똑같은 바위라도 그 바위를 정으로 깨는지, 아니면 다른 바위와 부딪혀서 부서지는지, 그도 아니라면 바닥에 부딪혀서 깨지는지 소리가 전부 다르다. 그리고 부서지는 소리의 강도나 공간의 크기를 감안하고 영상에서 바위가 부서지는 순간마다 그에 걸맞은 소리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그런 환경음들이 처음부터 AI 영상 생성에 들어가니 현실성이 더 배가 되었던 것이다(나중에는 이것이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건 뒤에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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