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으로 읽는 영화 <호프> 해설

by민경민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2026)는 개봉 전부터 국내외로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다. 한국 시골을 배경으로 한 '농촌 아포칼립스'라니 그것만으로도 시네필들의 궁금증을 자아내지 않나.


이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 내용은 대체로 나홍진 특유의 후더닛 장르 스타일에, SF 요소로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콰이어트 플레이스>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무래도 전반부는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괴물의 정체를 쫓는 서사가 주를 이루다 보니 장르적 쾌감과 영화의 스타일을 극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이는 상업 요소와 작품 요소를 둘 다 잡은 좋은 전략이라 생각된다). 괴물의 정체를 숨긴 채 스크린 바깥에 배치한 괴성과 총소리는 좋은 서스펜스를 자아내며, 한국 시골 이미지와는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파괴적인 아포칼립스 이미지를 농촌의 순박함과 잘 대조시켰다. 더군다나 기껏해야 호랑이를 떠올릴 사람들에게 대뜸 총탄도 통하지 않는 괴물을 던져준 것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좋은 촉매가 된다. 극이 긴장감을 계속해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까닭도 농촌 인프라의 대응 능력과 괴물 능력 간의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한정된 자원의 압박).


숲으로 들어간 포수들의 비비드 컬러와 스타일, 후반부에 접어들며 '농촌 아포칼립스'에 더해 '농촌 웨스턴' 감성을 더한 것도 여러모로 장르적 특성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참신한 감성으로 다가오지 않았겠냐는, 그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이나 장르적 쾌감보다도 필자가 가장 눈여겨보았던 것은 정작 따로 있다. 바로 감독이 영화 내내 유지하고 있던 극단적인 로우 앵글 말이다.


인물이 복도를 나서는 평범한 장면도 굳이 로우 앵글을 사용한다


영화를 지배하는 로우 앵글의 정체


<호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신들이 앙각으로 촬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 범석(황정민 분)은 물론이고 성기(조인성 분)와 성애(정호연 분)까지 대부분은 로우 앵글로 비춘다. 범석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멀리 내다보는 와이드 숏도 미세하게나마 로우 앵글이 들어가 있다.


물론 극에서 낮은 시점이 사용되는 게 그렇게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빈도에 있다.


전반부 서스펜스 신의 절반 이상이 로우 앵글이며, 아이 레벨을 찾기가 힘들다. 이는 다른 보통의 영화들과 그 비율 자체가 완전히 반전돼 있는 형태다. 일상적인 대화가 오가는 장면에서는 평이한 앵글을 쓸 법도 하건만, 예외를 두지 않는다. '굳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촘촘하게 카메라를 낮춰놓은 장면이 많은데, 그렇다면 이 같은 연출에 대해 절로 다음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감독은 어째서 시종일관 로우 앵글로 영화를 찍고 있는가.


먼저 로우 앵글이 두드러진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스크린에서 하늘이나 상단이 차지하는 영역이 커진다는 점이다. <호프>의 독창적인 미장센은 바닥의 피칠갑된 농촌과는 상반된, 광대한 푸른 하늘로 완성된다. 지상에서 어떤 끔찍한 사건이 펼쳐져도 하늘은 청명하고 심지어 평화롭기까지 하다. 어떤 세태에도 변하지 않는 이 불멸성을 카메라는 집요하게 올려다보고 있다. 푸른 하늘이 가지는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영화 제목인 희망과 일맥상통하는 경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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