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보면 전쟁을 멈춘다고? 글쎄요...

by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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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이야기를 할 때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힘주지 말라는 것. '야, 잘 들어봐 이거 진짜 웃긴 얘긴데'로 시작하는 그 모든 이야기의 끝은 반드시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정말로 재밌었던 이야기라 할지라도 저 수사만 갖다 붙이면 뭔가 시큰둥해지고 재미가 반감되지 않던가.


비단 재밌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건 정말 중요한 거다'라고 시종일관 호기심을 자아내다가 끝내 밝혀진 것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때의 기분이란. 그냥 이야기한 것보다 더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2026)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의문의 새와 마주친 뒤 갑자기 외계어를 포함한 N개 국어를 구사하고, 심지어 마주치는 사람의 개인사까지 모두 꿰뚫게 된 마가렛(에밀리 블런트 분)의 모험담을 그린 이 영화의 전반부는 나름 흥미롭게 전개된다. 외계 문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티팩트를 두고 묘한 대립을 이루는 다니엘(조시 오코너 분)과 워덱스의 관계도 의문을 증폭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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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주인공들이 변이된 악어를 관찰하는 모습


문제는 초반부 의문에 너무 과한 힘을 준 모양새고 최종장의 진실을 향한 여정이 너무 길다는 데 있다. 설령 영화가 폭로하고자 하는 진실이 정말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할지라도 과정에 충분히 초현실적인 이야기나 사건을 넣을 수 있었다.


가령 넷플릭스 영화 <서던리치: 소멸의 땅>(2018)은 미국 해안가에 발생한 의문의 장(Field)을 조사하러 간 조사팀이 내부 탐사에서 보게 된 기이하기 짝이 없는 현상을 중계하며 관객을 공포로 몰아놓는다. 엔트로피가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의 개념도 섞이며, DNA의 변조로 인해 식물과 동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모습 등은 안드로이드 로봇에게나 볼 법한 소위 '불쾌한 곡선'을 한껏 증강한다. 물론 이 영화의 결말도 왠지 상당히 불쾌하다(좋은 의미로).


그러나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의 아티팩트를 활용해 어디론가 향하는 주인공들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따돌리는 내용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간간히 북한이나 러시아 등의 권위주의 국가가 세계적인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지만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이다. 하물며 주인공 마가렛이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건 내비게이션이 전부다. 뤽 배송 감독의 <루시>(2014)에서 루시가 발휘하는 능력들을 생각하면 그 대조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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