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휴게소에서 흘러간 8090 히트곡 메들리를 듣거나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트로트 떼창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도 든다. 나도 나이가 50, 60대가 되면 '빅뱅 메들리' 같은 걸 듣고 있을까.
한국 영화의 노스탤지어 장르라고 하면 으레 검정고무신과 가쿠란 교복이 떠오른다만, 추억을 소비하는 세대도 연령대가 상승하기 마련이다. 중년 세대는 고정적이지 않다. 10년의 세월을 두고 교체되다 보니 어느덧 90년대를 '옛 추억'으로 간직한 세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0년 전을 돌아보자. 무한도전의 특집 기획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젝스키스, H.O.T, S.E.S. 등 90년대를 호령한 1세대 아이돌을 다시 재결합시키면서 한동안 추억 소환 콘텐츠들이 화제가 되었다. 8090을 배경으로 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과거 히트곡을 쏟아냈던 유명 가수들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슈가맨> 같은 예능 프로그램 역시 잇따라 히트를 쳤다. 나중에는 판타지 요소가 섞인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해당 장르의 저력과 수요를 입증했다.
그렇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옛 가수가 재기에 성공하는 스토리 그 자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추억을 재소환해 중년의 아이돌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아니라, 그 과정 전체를 영화화하는 것이다.
한물 간 가수와 매니저가 재기를 노린다는 내용의 영화 <라디오 스타>
영화 <와일드 씽>(2026)은 한때 잘 나갔지만 모종의 사건에 휘말려 내리막 길을 걷는 3인조 댄스 그룹이 재결합하는 내용을 다룬다. 영화의 서사 자체는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2006)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지만 다른 장르의 음악과 시대를 다루며 음악 영화보다는 코미디 영화를 지향하는 모양새라 차이점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이게 음악 영화인지, 코미디 영화인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 없게 한다는 것.
가령 <라디오 스타>만 해도 본격적인 음악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 작품은 드라마 50에 음악 30, 코미디를 20정도 첨가한 영화다. 순도 90%의 음악 영화인 <위플래쉬>(2014)나 <비긴 어게인>(2013) 같은 영화를 떠올려보면 그 차이가 분명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라디오 스타>는 음악 영화처럼 보일 뿐 아니라, 단순한 코미디 드라마로써도 꽤나 훌륭한 면모를 보인다. 몰락한 한 인간이 속박을 벗어난 자유 상태에서 비로소 뜻밖의 감동을 자아내고, 잊힌 음악을 불러일으킨다는 서사는 이물감 없이 잘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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