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행정심판, 교육청 답변서 바로잡기

by별빛바람

"본 연재물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법적 대응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 및 실전 매뉴얼입니다. 다만,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등장인물의 가명 처리, 직업 및 직바카라, 사건 발생 일시와 일부 정황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글은 특정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공익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아무리 확실한 물증이 있다 하더라도, 그 물증의 존재는 우리 가족만 알 뿐이었다. 든든한 우군이라 생각했던 교육청 조차 기본적인 증거물을 보지 않은 채 내 딸 아이를 공격할 뿐이었다.


아무리 확실하고 명백한 물증이 있다 하더라도, 그 물증의 존재와 가치는 밤을 새워가며 꼼꼼히 들여다본 우리 가족만 알 뿐이었습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내 아이를 지켜줄 든든한 우군이자 거대한 방패막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교육청조차, 우리가 제출한 기본적인 증거물을 제대로 열람하지 않은 채 도리어 내 딸아이를 등 뒤에서 공격하는 황당하고도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상대방 대형 로펌과 피 말리는 반박문이 여러 차례 오가는 와중에, 어느 시점엔가 교육청의 공식 답변 서면이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해 저희 집으로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본 행정심판의 피청구인(방어자)으로 지정된 OO시 OO교육지원청은 상대방의 주장을 방어하기 위해 약 10페이지 분량의 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특히 이 서면을 작성한 교육청 담당 직원은 행정 업무만 보는 일반 공무원이 아니라 현직 변호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문장에 쓰인 법률 용어나 전체적인 관련 서식의 틀은 비전문가인 제가 쓴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그 서류의 겉모습만 보았을 때는 '아, 역시 전문가가 방어를 단단히 해 주었구나'라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서류에서 겉형식이 아무리 번지르르하게 중요하다 한들, 정작 아이의 운명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찬찬히 숨을 고르며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스텔라와 관련된 항목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저는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으며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략)… 청구외 스텔라는 사각정에서 청구인 찬우(가명)를 20여 차례 때리며 애교 고문을 자행하였지만, 이는 악의적이고 물리적인 폭행의 목적이 아닌 또래 아이들의 단순한 놀이 방법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에 조치 없음 처분을 내린 것이다… (후략)"


교육청 담당자가 방어를 한답시고 작성한 답변 서면은 제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습니다. 그는 제가 그토록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보냈던 수많은 증거(CCTV 알리바이)와 1차 반박 서면의 내용은 까맣게 무시한 채, 오직 A씨와 대형 로펌이 악의적으로 짜 놓은 허위 프레임과 거짓 주장을 그대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서면을 작성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끔찍하고 소름 돋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교육청이 무심코 던진 이 단 한 장의 서면 때문에, 스텔라는 졸지에 '사건 장소에 애초에 없었던 무고한 학생'이 아니라, '폭행과 괴롭힘 현장에 함께 있었고 직접 가담도 했지만 단지 그 수위가 장난스러운 놀이 수준이라 운 좋게 처벌만 면한 학생'으로 낙인찍혀 버린 것입니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가해 관련자 중 한 명으로 공식 행정 문서에 다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셈입니다.


대형 로펌이 억지로 꾸며낸 새빨간 거짓말이, 피청구인인 교육청 담당자의 어처구니없는 서면 지원 사격에 힘입어 마치 교육청이 인증한 '진실'인 양 포장되는 흑마법이 되어 제게 돌아온 것입니다.

(실제로 교육청의 이 어처구니없는 문구는, 훗날 끈질기게 이어지는 행정소송 때도 다시 한번 우리 가족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치명적인 빌미가 되고 맙니다.)


저는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누르며, 교육청 답변 서면에 심각한 사실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즉각 바로잡고자 곧바로 교육청 담당자에게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바쁘다는 핑계, 혹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명확한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였고, 저는 이대로 가다간 내 아이가 영원히 가해자로 남겠다는 절박함에 부득이하게 여러 경로로 수소문하여 해당 담당 변호사(공무원)의 직통 전화번호를 알아내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담당님. 혹시 제가 사전에 꼼꼼히 정리해서 제출했던 반박 서면과 핵심 증거 내용들을 제대로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담당님께서는 사건 현장에 아예 없었던 무고한 스텔라를 마치 그 폭행 현장에 있었던 가해자인 것처럼 기재하셨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관계의 왜곡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교육청 담당자의 목소리는 차가웠습니다. 자신이 숱한 사건을 다뤄본 현직 변호사이며 행정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의 서류가 틀릴 리 없다는 듯한 관료 특유의 오만함이 은연중에 깔려 있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별빛바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별빛바람은 평범하게 온라인 게임을 다니지만,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합니다. 때론 나의 상상속의 일들이 글을 통해서 실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58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