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능자의 힘조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by사색냥이

지능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능 분포를 보면 보통 수준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 그렇다면 지능이 낮으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생존율이 낮아지고, 너무 뛰어나면 슬롯적 질투나 배척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 것은 아닌가?'


지능의 분포가 그런 모양을 보이게 된 데에는 이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지만, 위와 같은 추론은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에서도 매우 진지하게 다루는 주제로써, 타당한 가설이라고 한다.


인류 역사적으로도 집단의 관습에 도전하거나 뛰어난 능력으로 권력자의 시기를 받거나, 집단 내에서 '특이한 개체'로 낙인찍혀 배척당하는, 일종의 슬롯적 처벌은 흔했다고 한다. 또한 지능이 지나치게 높으면, 스스로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경향도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매일 똑같은 일상만 이어지길 바라는 집단에서 특히 심한 것 같다. 무리 중 누군가가 너무 똑똑하거나 뛰어나서 집단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그럴 마음이 없더라도 기존의 규칙을 흔들고, 타인을 조정하려 들면 집단은 위험을 느끼게 된다(조종 아니고 조정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우수한 사람들의 공통 레퍼토리 중 하나가,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뒷공론, 험담, 은근한 배척을 시작으로, 최종 단계에서는 '집단적 모의를 통한 암살/추방'을 당하는 일이다. 인류 역사적으로는 '마녀', '반역자', '괴짜' 등으로 몰려 집단의 단합을 위해 제물로 바쳐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우월해지고 싶어 하지만, 정작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뛰어남을 포기하더라도 남들처럼 평범해지고 싶어 하는 심리가 당연한 것 같다. 소수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중적이지 못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똑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였지만,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남들보다 우수한 사람이라면 본인의 슬롯적 생존을 위해 함부로 역량을 드러내지 말고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는 선조들이 남긴 지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 우수한 사람들이 집단에 의한 슬롯적 처벌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1) 집단의 수준에 맞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중간만 하는 방법

→ 하지만 우수한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잘난 모습을 과시하는 게 아니고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당연한 모습에 타인의 열등감이 자극되는 거라, 스스로 적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적이 만들어진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2) 집단을 조종하는 권력자가 되는 방법

→ 인간의 심리적 약점, 무리의 정치적 역학 관계, 명분 세우기 등 대중의 시기와 분노를 돌릴 다른 대상(희생양)을 지정하는 능력. 즉, 일종의 정치질을 해내야 하기에 이런 행위가 자신의 성향에 안 맞는다면 사용하지 못하는 방법이다.


3) 집단에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 되는 방법

→ 그 집단에서 자신을 원할 수밖에 없는 실리적 이득을 제공해 주는 인재가 되는 방법이다. 이해관계가 어긋나기 전까지는 통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모든 업무를 본인이 감당하게 되어 과로 및 부당함에 의한 감정 악화로 추락하게 될 수 있다. 유능함에 한계는 없어도 체력에는 누구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4) 스스로 고립되어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

→ 대중과는 거리를 두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만 소규모로 교류하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 전략이지만, 애초에 우수한 사람들은 소수일 뿐 아니라, 그들의 관심사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마음 맞는 사람 찾기가 어려울 수 있어,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관점을 조금 바꿔보았다.


고지능자들은 그들만의 특성이 있어서 '맞는 말'과 '옳은 행동'을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중은 '관계'와 '본인의 감정' 그리고 '이해관계'를 중요시 여긴다.


축구 선수가 동네 꼬마들이랑 축구를 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자. 축구 선수가 자신의 역량을 다 끌어내서 꼬마들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꼬마들은 축구 선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눈치 없는 나쁜 사람으로 여길 테지만,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살살 패스해 주고, 적절히 골도 양보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만든다면 그들은 좋은 기억을 갖고 다음에 또 축구 선수를 찾을 것이다.


어떤 방면에서든 남들보다 우수한 사람들은 일종의 "힘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 진심을 다한 축구는 같은 프로 선수들과 하고, 동네 꼬마들에게는 힘과 속도를 조절하며 공을 찰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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