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나는 이제 시장을 맞히려고 하지 않는다

맞히는 능력보다 틀렸을 때 살아남는 구조가 더 중요했다

by포스포르


트레이딩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차트를 많이 보고 지표를 공부하면 다음 움직임을 조금씩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상승과 하락의 변곡점을 남들보다 먼저 알아보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매매를 복기할 때도 내가 방향을 맞혔는지부터 봤다. 상승을 예상했는데 실제로 올랐다면 분석을 잘했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움직이면 무엇을 놓쳤는지 찾았다. 자연스럽게 트레이딩 실력을 ‘예측의 정확도’와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작 계좌를 결정하는 것은 방향을 얼마나 자주 맞혔는가보다 맞았을 때와 틀렸을 때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가라는 사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은 생각보다 자주 나를 맞게 해주었다. 문제는 방향을 맞혔는데도 돈을 잃는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상승을 예상했지만 너무 높은 가격에서 들어가 정상적인 조정에 손절될 수 있었고, 방향은 맞았지만 포지션을 지나치게 크게 잡아 작은 흔들림을 견디지 못할 수도 있었다. 반대로 방향을 완벽하게 맞히지 못했어도 좋은 지지에서 짧은 손절을 두고 진입했다면 작은 위험으로 큰 움직임을 얻는 거래가 나올 수 있었다. 이 경험을 반복하면서 ‘시장 전망이 맞았다’는 말과 ‘좋은 거래를 했다’는 말은 전혀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지나간 차트를 보면 예측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해진다. 모든 움직임이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지지를 만들었고, 저항을 돌파했으며, 이 캔들에서 추세가 바뀌었다는 설명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순간에 서 있으면 오른쪽 차트는 비어 있다. 지금 보이는 지지가 정말 지켜질지 알 수 없고, 돌파가 추세의 시작인지 잠깐의 이탈인지도 알 수 없다. 강한 상승 뒤의 조정이 다시 올라가기 위한 눌림일 수도 있고, 긴 하락의 시작일 수도 있다. 결국 트레이더가 매 순간 마주하는 것은 완성된 차트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질문을 바꾸기 시작했다. “앞으로 오를까, 내릴까”보다 “어느 쪽으로 움직이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중요한 지지를 지키면서 반등하면 롱을 볼 수 있고, 그 지지가 완전히 무너지면 상승 시나리오는 버린다. 저항을 돌파한 뒤 그 위에서 안착하면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고, 돌파에 실패하고 다시 범위 안으로 돌아오면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한다. 방향을 하나로 단정하기보다 몇 가지 가능성을 미리 만들어놓고 실제 가격이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 보는 것이다. 예측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예측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내 생각을 시장에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보여주는 변화에 따라 생각을 수정할 준비를 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이 차이는 손절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컸다. 시장을 맞혀야 한다고 생각할 때 손절은 내 예측이 틀렸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받아들이기 싫었다. 손절선을 조금 더 멀리 옮기거나, 다른 근거를 찾아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다루는 방식으로 바뀌면 손절은 훨씬 단순해진다. 특정 조건이 유지되는 동안만 내 가설이 유효하고, 그 조건이 깨지면 거래를 끝낸다. 시장이 나를 틀렸다고 벌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시나리오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틀렸다는 사실 자체보다 얼마나 작은 비용으로 틀릴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나는 이 변화가 트레이딩을 조금 겸손하게 만든다고 느꼈다. 시장은 내 분석을 모르고, 내가 어디에서 진입했는지에도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경제지표가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고, 대규모 주문 하나가 단기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정보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참가자들이 언제든 가격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아무리 많은 분석을 해도 일정 부분은 반드시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남는다. 그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할수록 더 많은 지표와 더 많은 설명을 붙이게 되고, 결국 자신의 분석을 지나치게 믿게 된다. 반대로 모르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분석의 목적도 달라진다. 미래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된다.


이 지점에서 확률이라는 말도 이전과는 다르게 이해하게 됐다. 흔히 “이 자리는 확률이 높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개별 거래의 정확한 성공 확률을 알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구조를 통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상황을 찾는 정도다. 그리고 그 판단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포지션을 만든다. 그래서 좋은 자리라는 말은 반드시 성공하는 자리라는 뜻이 아니라, 틀렸을 때 위험을 제한하기 쉽고 맞았을 때 그보다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라는 의미에 더 가까워졌다.


이렇게 생각하면 손익비와 포지션 사이징, 기록과 백테스트가 왜 중요한지도 하나로 연결된다. 시장의 방향을 확실히 알 수 있다면 굳이 작은 위험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확실한 거래가 존재한다면 가장 좋은 기회에 가장 크게 베팅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리 좋은 조건에서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거래가 계좌 전체를 흔들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1% 리스크 룰이나 포지션 사이징이 중요한 이유도 결국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리스크 관리는 비관적인 사람이 사용하는 방어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사람이 계속 거래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였다.


예전에는 시장을 잘 읽는 트레이더가 되고 싶었다면 지금은 위험을 잘 다루는 트레이더가 되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차트 분석과 시장 이해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추세와 횡보를 구분하고, 지지와 저항을 보고, 거래량과 가격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거시환경이나 주요 뉴스가 시장을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다만 이 모든 분석을 하나의 결론으로 압축해 “그러므로 반드시 오른다”라고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분석은 가능한 시나리오를 좁히는 도구이고, 최종적으로 계좌를 보호하는 것은 손절과 포지션 크기다.


이런 태도는 거래하지 않는 순간에도 영향을 주었다. 예전에는 방향을 판단하지 못하면 내가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모르면 모른다고 두는 편이 훨씬 편하다. 상승과 하락 시나리오가 모두 비슷하게 보이고 손익비도 좋지 않다면 굳이 포지션을 만들지 않는다. 시장에는 내가 반드시 답해야 하는 문제가 없다. 기다리다가 구조가 명확해지면 그때 판단하면 된다. 결국 ‘모르겠다’는 결론도 하나의 정상적인 시장 판단이었다.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여전히 강한 확신이 드는 순간이 있다. 차트 구조도 좋고, 상위 시간봉과 하위 시간봉의 방향도 일치하며, 지지와 저항까지 명확해 보일 때가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순간을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해 평소보다 포지션을 크게 잡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그런 확신이 들 때 한 번 더 리스크를 확인한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분석이 위험 관리의 예외가 되는 순간, 다시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결국 시장을 맞히려는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아무런 전망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방향을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만들되, 그 생각을 진실로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본 것이 맞다면 시장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며 수익을 줄 것이고, 틀렸다면 미리 정한 위치에서 작은 비용을 내고 나온다. 어느 쪽이든 거래 하나가 나라는 사람이나 내 실력 전체를 증명하지 않는다.


이렇게 트레이딩을 바라보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시장과 싸우는 느낌도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내가 맞고 시장이 틀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분석상 분명히 내려가야 하는데 계속 오르면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했고, 결국 가격이 내 생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지금은 가격이 내 분석과 다르게 움직이면 그것도 하나의 정보라고 본다. 시장은 틀린 적이 없다. 내가 세운 가설과 다르게 움직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시장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제 시장을 맞히려고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맞히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여전히 분석하고 어느 방향의 확률이 더 높아 보이는지 생각하지만 그것은 거래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내가 정말 관리하려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내 행동이다. 어디에서 들어갈 것인지, 어디에서 틀렸다고 인정할 것인지, 한 번의 거래에 얼마를 걸 것인지, 좋은 기회가 아니면 기다릴 수 있는지, 손절 뒤에 복수하지 않을 수 있는지가 내가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돌아보면 트레이딩을 배우며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차트를 보는 기술보다 이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미래를 더 잘 맞히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미래를 몰라도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면 계속 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시장에 오래 남아 있어야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


트레이딩은 정답을 맞힌 사람에게 상을 주는 시험이 아니었다. 틀릴 가능성을 인정한 채 위험을 통제하고, 유리한 순간에만 베팅하며, 같은 과정을 오래 반복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번에는 오를까, 내릴까”가 아니다. “내가 틀려도 다음 거래를 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계속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트레이딩을 하며 배운 대부분은 결국 그 한 문장으로 모이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결론 역시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이어졌다.


트레이딩은 결국 살아남는 게임이었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포스포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차나 한잔 하시게

10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8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