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을 놓친 것은 손실이 아니다

벌지 못한 돈까지 손실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시장을 쫓게 된다

by포스포르

트레이딩을 하면서 이상하게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거래는 실제로 돈을 잃은 거래가 아닐 때가 있다. 분석은 맞았고 방향도 제대로 봤는데 진입하지 못한 거래,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큰 움직임을 먹을 수 있었던 거래, 미리 봐두었던 자리까지 가격이 오지 않고 그대로 출발해버린 거래가 오히려 더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계좌에서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큰돈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많았다. 가격이 중요한 지지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조금 더 내려오면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살짝 위에서 반등해 그대로 올라가버린다. 처음에는 그냥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격이 계속 오르기 시작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저기에서 들어갔다면 벌써 이만큼 수익인데.” 조금 더 오르면 이번에는 “원래 내가 맞았는데 진입만 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차트 위의 움직임을 내가 벌었어야 할 돈으로 환산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판단이 흔들린다.


문제는 시장에서 벌지 못한 돈에는 끝이 없다는 데 있다. 비트코인의 저점을 정확하게 샀다면 얼마를 벌었을 것이고, 상승 초입에 레버리지를 사용했다면 얼마가 되었을 것이며, 고점에서 다시 숏까지 잡았다면 그보다 더 벌 수 있었다. 결과가 나온 차트에서는 언제든 완벽한 거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계산을 실제 손익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모든 시장 움직임이 내가 놓친 돈처럼 보인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사고방식이었다.


실제 손실에는 경계가 있다. 손절을 했다면 계좌에서 얼마가 줄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기회비용이라고 느끼는 돈에는 경계가 없다. 진입하지 않은 가격부터 최고점까지 전부 내 수익이었을 것이라고 계산할 수도 있고, 조금 더 큰 포지션을 잡았다면 벌었을 금액까지 상상할 수도 있다. 결국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대한 손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 심리적으로는 이미 큰 손실을 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다음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가격이 이미 많이 올라왔는데도 뒤늦게 따라붙는다. 손절 위치는 멀어졌고 손익비도 나빠졌지만 “원래 내가 보던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이 그 사실을 가린다. 그렇게 추격해서 수익이 나면 다음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고, 바로 조정이 나오면 정작 가장 좋지 않은 위치에서 물리게 된다. 처음 기다리던 진입 자리에서는 위험이 명확했는데, 놓친 움직임을 되찾으려는 순간에는 거래의 구조보다 아쉬움이 진입 이유가 되어버린다.


나는 이런 매매가 손실 이후의 복수매매와 상당히 닮았다고 생각한다. 손실이 발생하면 시장에서 잃어버린 돈을 되찾고 싶어진다. 수익을 놓친 경우에는 벌 수 있었던 돈을 되찾고 싶어진다. 출발점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 현재의 거래를 결정한다. 지금 차트에 좋은 기회가 있는지보다 방금 전에 놓친 것이 더 중요해진다.


이 때문에 나는 어느 순간부터 ‘놓친 수익’을 손익 계산에서 완전히 분리하려고 했다. 실제로 진입하지 않았다면 그 거래는 내 거래가 아니다. 내가 분석을 잘했든, 완벽하게 방향을 맞혔든 상관없다. 돈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도 손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거래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분석에 대한 기록과 다음에 참고할 경험뿐이다.


이렇게 생각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트레이더에게 방향을 맞혔다는 사실은 꽤 강한 자극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이 내가 예상한 그대로 움직이면 진입하지 못했어도 자신이 옳았다는 확신이 강해진다. 그다음에는 뒤늦게 들어가도 괜찮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방향이 맞았다는 것과 지금의 진입이 좋은 거래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예를 들어 상승을 예상했고 실제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해보자. 처음 진입하려 했던 자리에서는 손절까지 거리가 짧고 위쪽 목표까지 충분한 공간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런데 가격이 이미 3%나 상승한 뒤라면 같은 방향을 보더라도 거래 조건은 완전히 달라진다. 손절을 원래 자리 아래에 둔다면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지고, 가까운 곳에 억지로 두면 정상적인 조정에 쉽게 손절될 수 있다. 위쪽 저항은 오히려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 방향은 여전히 상승일 수 있지만 손익비는 이미 나쁜 거래가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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