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느낌’으로 찾아오지만 매매에 남기는 흔적은 달랐다
재량매매에서 가장 애매한 단어를 하나 고르라고 하면 나는 ‘감’이라고 생각한다. 차트를 오래 본 사람들은 종종 “이건 느낌이 좋지 않다”, “여기서는 왠지 들어가고 싶지 않다”, “이 자리는 갈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문제는 두려움과 욕심 역시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찾아온다는 데 있다. 손절을 여러 번 당한 뒤에는 좋은 자리도 불안하게 느껴지고, 큰 상승을 놓친 직후에는 평소라면 들어가지 않을 자리도 좋은 기회처럼 보인다. 둘 다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생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경험에서 나온 직감인지, 돈 때문에 흔들린 감정인지 그 순간에는 구분하기 어렵다.
나도 처음에는 직감을 별로 믿지 않았다. 트레이딩은 숫자와 규칙으로 해야 하고, 느낌에 따라 거래하는 것은 결국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것을 조건으로 만들려고 했다. 상승 추세인지, 지지를 확인했는지, 거래량이 증가했는지, 손익비가 충분한지를 하나씩 확인한 뒤 조건이 맞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거래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런 규칙은 분명 필요했다. 특히 매매를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경험이나 직감으로 착각하기 쉽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규칙을 잘 지키는 것과 모든 판단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두 차트를 놓고 보아도 하나는 자연스럽고 다른 하나는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 차이를 설명하지 못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히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가격이 지지까지 내려오는 속도가 다르거나, 반등의 힘이 약하거나, 바로 위에 저항이 있거나, 상위 시간봉과 충돌하고 있는 식이었다. 각각은 작은 차이지만 여러 요소가 동시에 겹치면 전체적인 인상은 꽤 달라진다.
그때부터 나는 직감을 미래를 맞히는 특별한 능력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반복된 경험이 매우 빠르게 압축되어 나타나는 판단에 가깝다고 보게 됐다. 과거에 비슷한 시장을 수없이 보고, 어떤 움직임 뒤에 실패가 많았는지 경험하면서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계산하지 않아도 이전과 다른 점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이 도로 상황을 볼 때 매번 모든 정보를 언어로 계산하지 않는 것처럼, 트레이더도 경험이 쌓이면 차트의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기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설명만 믿고 직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시작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자기 행동을 설명하는 데 굉장히 능하기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들어간 거래도 나중에는 “시장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고 설명할 수 있고, 손절하기 싫어서 버틴 행동도 “상위 시간봉의 지지가 살아 있었다”고 합리화할 수 있다. 수익이 나면 그것을 직감이 맞았던 증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때문에 직감이라는 말은 경험의 결과가 될 수도 있지만 규칙을 어긴 자신을 정당화하는 가장 편리한 단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직감과 감정을 결과로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직감을 따라 들어가서 수익이 났다고 해서 그것이 진짜 직감이었다고 단정하지 않고, 느낌이 좋지 않아 거래하지 않았는데 이후 가격이 급락했다고 해서 내 판단이 특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의 결과는 무엇이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판단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때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보는 편이 더 중요했다.
내 경험에서 감정은 대체로 서두르게 만들었다.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놓칠 것 같고, 손실이 커지면 지금 손절하면 바로 반등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큰 손실 뒤에는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고, 큰 수익 뒤에는 지금 감이 좋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공통점은 ‘지금 당장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기다릴 여유가 사라지고, 원래 계획했던 조건보다 행동이 먼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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