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테스트와 기록은 나를 속이지 않게 만든다

기억은 언제나 내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 편집되고 있었다

by포스포르

트레이딩을 오래 하다 보면 자신만의 확신이 하나씩 생긴다. “나는 이런 자리에서 잘한다”, “이 패턴은 승률이 높다”, “이 시간대에는 매매가 잘된다”, “이 지표가 나오면 방향이 잘 맞는다” 같은 생각들이다. 문제는 이런 확신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기록이 아니라 기억에서 만들어진다는 데 있었다. 나 역시 어떤 거래에서 크게 수익을 내면 그 장면을 오래 기억했고, 비슷한 차트가 다시 나타나면 이전의 성공 경험을 떠올렸다. 반대로 같은 모양에서 여러 번 작게 손절했던 기억은 생각보다 빨리 흐려졌다.


사람의 기억은 트레이딩 기록으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불완전하다. 특히 돈이 걸린 경험은 더 그렇다. 큰 수익이나 큰 손실처럼 감정이 강했던 거래는 오래 남지만 별다른 일이 없었던 수십 번의 거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지난 매매를 돌아보면 실제보다 자신의 전략이 더 잘 작동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몇 번의 인상적인 성공이 수많은 평범한 결과를 덮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백테스트와 거래 기록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됐다. 차트를 보면서 “이 자리에서는 대부분 반등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과거 데이터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고 느꼈던 조건을 수십 번, 수백 번 확인해보면 생각보다 손절이 많기도 했고, 반대로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조건이 오히려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백테스트의 가장 큰 장점은 미래를 알려주는 데 있지 않았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최소한 과거에는 사실이었는지를 확인하게 해준다는 데 있었다.


예를 들어 상승 추세에서 지지 구간의 눌림을 매수하는 전략이 있다고 하자. 머릿속으로는 꽤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어떤 시간봉에서 추세를 판단했는지, 어떤 지지를 사용했는지, 반응을 확인하고 들어갔는지 바로 진입했는지, 손절은 어디에 두었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수익을 어느 정도 가져갔는지까지 달라지면 같은 이름의 전략도 사실상 다른 전략이 된다.


이 조건들을 하나씩 정리한 뒤 과거 차트에서 반복해보면 비로소 숫자가 나온다. 승률이 얼마나 되는지, 평균적으로 얼마를 벌고 얼마를 잃는지, 가장 긴 연속 손실은 어느 정도였는지, 계좌가 가장 크게 줄어든 구간은 어디였는지를 볼 수 있다. 그제야 “이 전략은 잘된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조금 더 구체적인 언어로 바꿀 수 있다.


특히 최대 낙폭을 보기 시작하면서 전략을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은 백테스트 결과를 볼 때 최종 수익률부터 보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같은 기간에 더 많은 돈을 벌어준 전략이 더 좋은 전략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실제로 운영한다면 그 수익에 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큰 수익을 냈더라도 중간에 계좌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구간이 있었다면 내가 실제 돈으로 그 전략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백테스트 화면에서는 낙폭도 단지 그래프의 한 구간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다르다. 며칠이나 몇 주 동안 계속 손절이 나고 계좌가 줄어들면 전략에 대한 믿음 자체가 흔들린다. 과거 데이터를 알고 있는 백테스트에서는 결국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실시간 시장에서는 앞으로 회복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최대 낙폭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그 전략을 내가 실제로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했다.


연속 손실도 마찬가지였다. 승률이 60%라는 숫자만 보면 꽤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거래가 이익과 손실을 일정하게 번갈아 주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전략에서도 손절이 여러 번 연속으로 나올 수 있다. 과거 기록에서 다섯 번, 여섯 번의 연속 손실이 존재했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구간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그런 상황을 모르고 실전에 들어가면 세 번 정도 손절이 이어졌을 때부터 전략을 바꾸고 싶어진다.


나는 그래서 백테스트를 수익을 증명하는 도구라기보다 내가 앞으로 견뎌야 할 불편함을 미리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게 생각하게 됐다. 이 전략은 얼마나 자주 틀리는가. 틀릴 때 어느 정도까지 연속될 수 있는가. 시장이 좋지 않을 때 계좌가 얼마나 흔들리는가.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기대값이 유지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얻는 편이 화려한 누적 수익률 하나를 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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