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을 만회하려는 순간, 시장은 더 이상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다
트레이딩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손실이 발생한 순간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손실을 빨리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시작되는 순간이 더 위험하다. 손절 한 번은 계좌에 작은 흠집을 남길 뿐이지만, 그 손절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다음 거래에 감정을 싣기 시작하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원래라면 기다렸을 자리에서 서둘러 진입하고, 평소보다 큰 금액을 넣고, 손익비가 좋지 않은 거래도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 들어간다. 그렇게 매매의 목적이 수익을 내는 것에서 방금 잃은 돈을 되찾는 것으로 바뀐다. 이때부터 사람은 시장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실과 싸우기 시작한다.
나도 그런 순간을 여러 번 겪었다. 손절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 차트가 더 많이 보인다. 조금 전에는 애매했던 자리가 갑자기 좋은 기회처럼 보이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움직임에도 의미를 붙인다. 시장에 기회가 많아진 것이 아니라 내가 기회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손절 직후 가격이 내가 예상했던 방향으로 다시 움직이면 감정은 더 복잡해진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수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방금의 손절이 실수가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그러면 다음 거래에서는 손절을 늦추거나, 이전 손실을 한 번에 만회하려고 포지션을 키우게 된다.
문제는 시장이 나에게 아무런 빚을 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방금 손절을 당했다고 해서 다음 거래에서 수익을 줄 이유도 없고, 오늘 100만 원을 잃었다고 해서 장 마감 전까지 그 돈을 돌려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손실을 본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이상한 계산이 시작된다. ‘조금 전 손실만 복구하면 오늘은 본전이다’, ‘이번 한 번만 제대로 잡으면 된다’, ‘원래 시드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이런 생각은 얼핏 목표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장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것은 오직 자신의 계좌에 찍힌 과거 숫자에 대한 집착이다.
복수매매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거래 횟수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판단 기준이 변한다는 데 있다. 손실 전에는 ‘이 자리가 내가 정한 셋업인가’를 묻다가, 손실 후에는 ‘여기서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을까’를 묻게 된다. 평소에는 손절폭과 손익비를 계산하다가, 손실이 쌓이면 예상 수익만 보게 된다. 진입의 질을 평가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결과의 크기만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매매하면서도 얼마든지 그럴듯한 분석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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