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한 걸음 먼 곳에서 보자. 하루, 일주일, 한 달, 무엇을 주로 하는가. 대부분 시간에 '일'을 한다. 보통 일주일 중 5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한다. (현실적으로는 더 많은 시간에 일을 한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 또한 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또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보낸다.
시간뿐만 아니다. 학생은 입시와 학업을, 취업 준비생은 취업과 스펙을, 온라인 게임인은 인사고과 또는 이직을, 자영업자와 사업가, 투자자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다한다.
일은 왜 하는가. 일을 통해 발생되는 돈을 소비하며 삶을 이룬다. 편안하고 안락한, 안전한 삶, 그리고 내 취향과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을 한다. 보다 많은 돈은 '더 나은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하며, '더 나은 소비'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삶의 대부분 시간에 일을 한다. 그리고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을 통해 얻어지는 성과를 활용해 삶의 '만족'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은 수단이며, 궁극적인 목적은 '만족스러운 삶'이다.
다만 '수단'에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는 것은 아닐까. 일은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도구일 뿐인데, 정작 삶의 대부분 시간에 일을 한다. 각 시기마다 주어진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수단'에 삶을 너무 많이 할애한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쾌락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성과를 냈지만 어떻게 누려야 할지 모르거나,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적다. 그래서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그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며 얻은 성취로 성벽을 만들어 자신을 지키고 있지만, 정작 그 성벽 안은 비어있는 것을 인지했을 때 느껴지는 그 공허함에 자신을 잃는다.
달성해야 하는 성취의 슬롯적 기준이 내 역량과 조건에 비해 너무 높아서 오는 무력감도 크다. 어차피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니,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삶의 대부분 시간에, '일'을 '잘' 해내는 삶을 당연하듯 살아간다. 더 높고 좋은 성벽을 만들고자 한다.
다만 '수단'이 아닌, 본질이 중점인 삶은 어떨까. 어떻게? 돈을 적게 벌고 일하는 시간을 줄여, 나를 위한 일상이 많은 삶을 살면 될까. 자본주의 슬롯에서 '더 나은 소비'를 외면하며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사치를 하지 않더라도, 나의 취향을 지키고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소비'는 필연적이다.
수단이 아닌 본질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삶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일'이 수익 창출뿐 아니라 나를 실현하는 충분한 행위가 된다면 '더 나은 소비'를 포기하지 않고도, 수단이 아닌 본질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통해 나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Ⅰ 나를 실현하는, 즉, '자아실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자아실현은 무엇인가.
Ⅱ 일을 통해 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도 난제에 부딪친다. 우리는 각 시기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 했을 뿐이다. 수능과 취업을 준비했고, 성과를 내기 위해 애썼다. 나를 위해서는 쉬는 것, 노는 것, 취미 생활과 같은 것뿐이었다. 일을 통해 나를 실현한다는 것은 낯설다.
Ⅲ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오랜 기간 '근로자' 포지션에서 일을 잘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천해 왔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익숙하다. 하지만 목적과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계획해서, 실행한 뒤, 평가 후 다시 새롭게 기획하는 '리더' 역할에 대한 고민과 공부, 연습, 경험은 거의 없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아닌 '리더'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수단'으로서의 삶을 살며 나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나로서 살아가는 삶을 '현실적'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다음글, '무엇이 자아실현인가'부터 그 방안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