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금사빠 기질이 강했다. 조금만 다정하고 친절해도 금세 누군가에게 마음을 뺏겼다. 처음으로 정말 멋있다고 느낀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키도 크고 이름도 멋졌지만, 깊이 없는 가벼운 호기심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첫사랑을 느끼기 시작한 건 중학생 때였다. 오빠는 나랑 3살 차이가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하얀 티셔츠에 까만 기지 바지를 입고 늘 다니던 교회 오빠였다.
하얀 얼굴에 까만 동그란 안경 너머로 귀엽게 웃는 그가 나타나면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수줍어하기보다는 적극적인 편이라 오빠와 친해지려고 갖은 수를 다 썼다. 괜히 툭툭거리며 말을 붙여 보고, 밥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처음엔 어린 내가 귀여워서 받아주던 오빠도 점점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듯했다. 그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떠나면서 짝사랑은 자연스럽게 끝났다.
중3 때는 동갑내기 전학생이 옆 반으로 전학을 왔었다. 모두들 잘생겼다며 구경하러 갔지만 딱히 외모가 멋있진 않았다. 그러나 축제에서 직접 만든 연극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선 그 아이의 연기는 뻔하지 않았다. 하교 뒤 운동장에서 매일 연기 연습을 하고, 발성을 위해 욕으로 목을 풀었다는 소문, 감정을 살리려고 진짜로 자신을 때려달라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는 어느새 우리 사이에서 ‘연기 천재’라 불렸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다음, 그 아이를 따라 연극부에 들어갔다.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고, 그렇게 열정을 쏟는 연극이 궁금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집안 사정으로 그가 또 다른 지역으로 전학 가 버려, 나는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멀어져야 했다. 대신 고교 내내 연극부 활동에 빠져 있게 되었다. 처음으로 느낀 무대 위 떨림과 관객의 환호와 박수를 너무 사랑했다. 나중에 그 친구에게서 대학교 때 다시 연락이 와서 잠깐 얼굴을 본 적이 있고 그렇게 예쁜 추억으로 남기게 되었다.
대학생 때는 과팅도 해보고 연극 동아리·대학생 선교 동아리의 여러 남자 선배들을 만났지만, 딱히 마음이 가는 사람은 없었다. 졸업 후 청년부에 새로 온 한 오빠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상하게 마음이 갔고, 포토샵과 볼링도 배우며 애정은 더 커졌다. 나는 마음이 잘 드러나 거절당한 경험이 많아 6개월이나 조심스럽게 마음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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