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충분한 상실, 그 애도의 시간

byPearl K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진아의 삶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갑작스럽게 다가왔고, 또 사라졌는지를 곱씹어 보게 된다. 처음 시작은 선물 같은 인연과의 결혼 직후였다. 결혼을 준비하던 해, 근무하던 도서관의 리모델링을 맡게 되었다. 1억 정도 규모의 사업이었고 모든 과정이 처음이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해야 했다. 행정실장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설계와 공사를 진행했지만, 곁에서 단단하게 나를 지지해 주는 예비 신랑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공사가 끝나고 새로운 서가가 들어오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시작되었다. 100% 친환경 원목으로 서가를 구성했음에도 환경호르몬 문제를 피할 수 없었고, 난방이 되지 않아 제대로 된 베이크드 아웃조차 할 수 없었다. 혼자서 한 달 동안 2만 권의 장서를 정리하는 동안 내 건강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개관식을 치르고 다음 달부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 피부가 다 뒤집어졌고 결막염과 비염, 천식이 악화되었으며 끝을 알 수 없는 가려움증이 계속되었다. 결국 10년 전에 끊었던 스테로이드를 다시 사용했고, 몸은 붓기 시작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뺐던 17kg가 요요가 되어 돌아왔다. 결혼한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1년 반을 버티다가 결국 1년 동안 고생해서 예쁘게 만들어 놓은 도서관을 떠났다.


새로운 곳으로 발령받은 뒤에는 스테로이드부터 끊기로 했다. 다른 치료도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명현반응으로 온몸의 피부가 벗겨져 옷조차 입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광선치료를 하는 피부과를 소개받았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원장님을 붙잡고 말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정말 죽을 것 같아요.” 원장님은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그래도 그렇게 심한 건 아니에요.” 나는 그 병원에서 1년 반 동안 매주 세 번씩 광선치료를 받았다. 피부가 다 아물고 사람다운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2년이 지나 있었다.


몸이 조금씩 나아지자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난임병원을 찾아 시술을 시작했다. 남편도 건강한 상태가 아니었고 나 역시 난저였기 때문에 과배란을 해도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3개월 동안 겨우 두 개의 배아를 만들었고 첫 번째 이식을 했다. 1차 피검 수치는 31.5. 임신이었다. 하지만 3일 뒤 수치는 12로 떨어졌다. 그렇게 첫 번째 임신이 끝났다. 5주 동안 초기 임신 증상을 겪었고, 태명도 짓고 임신 어플도 깔고 매일 태어날 아이를 향해 일기를 썼다.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지워야 했다.


두 번째 난임병원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검사를 했다. 그곳에서 3년 반 동안 매달 과배란을 했고, 더 좋은 배아를 얻기 위해 23kg를 감량하고 복강경 수술도 받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난자는 매번 한 개도 나오기 어려웠고, 수면마취 횟수는 12번을 넘어갔다. 겨우 배아 두 개를 만들어 두 번째 이식을 했다. 이번에는 태명도 짓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1차 피검에서는 임신 수치가 나왔고, 2차에서는 다시 떨어졌다. 두 번째 임신도 4주 만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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