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생활은 마음에 들었다. 13평이 채 안 되는 작은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야 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이라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나면 계단을 한참 걸어 올라가야 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집주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둘째가 태어난 해 가을, 경수의 어머니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돌아가셨다. 슬픔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젊은 부부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지내던 시간이 흘러, 부부의 삶에는 더 이상 다른 아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자꾸만 속이 메슥거리고, 조금씩 배도 불러왔다. 혹시나 하고 병원에 가보니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 셋이나 되는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지울까도 고민했는데, 6개월이 넘어 지금 중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왕 찾아온 생명이니 낳아서 잘 키우자고 결심했고, 그렇게 막내딸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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