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집 : 너의 행복을 보는 가치
여긴 3월 초순입니다. 2월께 오르던 기온이 한바탕 비가 내린 뒤 영하로 내려갔어요. 패딩 점퍼 세탁을 조금 미룰 걸 그랬습니다. 까딱 방심하면 또 감기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겠어요. 거긴 어떤 계절 어떤 날씨인가요. 어디에 있든 몸 마음 평안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추위를 데리고 들어온 터라 부지런히 몸을 녹였습니다. 따뜻한 물을 옆에 두고 영화를 한 편 봤어요. <Nonnas>라는 작품입니다. 예고편이 힘들지도 버겁지도 않아 골랐어요. 밤에 생각 많아지는 영화를 보면 곤란하거든요. 숙고하게 되는 영화는 평일보다 주말에 적합해요. 동굴에 다녀오더라도 정화하고 현실로 복귀할 시간을 낼 수 있거든요.
아무튼 무탈한 영화 감상을 바랐는데요. 재생을 멈추고 기록하고 싶은 장면이 있었어요. 하는 수 없이 귀한 것을 끌어안고 다락방에 올라온 기분으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조는 어머니와 살던 집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에요. 오랜 간병 끝에 장례 기간이 흘렀고 어머니가 남긴 보험금이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어머니가 일요일이면 해주던 요리를 그리워해요. 한 사람이 떠난다는 건 그 사람이 보여줄 수 있던 세계도 사라지는 것이지요. 조는 레시피를 떠올리며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그 맛을 구현해 내기는 영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시도와 소동 끝에 조는 할머니들이 만든 가정식 요리를 대접하는 식당을 차리려고 해요. 그들만의 고유한 레시피로 요리하도록 공간을 마련하면, 손님들은 식사를 하는 동안 한 시절 받았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사랑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조의 비전이에요. 간판에 어머니의 이름도 새기고요.
식당도 사업도 해본 적 없지만, 조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어머니의 보험금에 더해, 받을 수 있는 대출금과, 건축 일을 하는 친구 찬스를 전부 쓰기로 합니다. 오래 비어있던 식당을 매입하고 구인을 시작해요.
제가 일시정지를 누른 곳은 친구 브루노가 조의 식당을 짓기 위해 아버지의 유품이자 애지중지 아끼던 차를 팔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입니다. 둘은 거실에 앉아 이런 대화를 나눠요. "정말 아버지 차 팔았어?"라고 묻는 조에게 브루노가 말해요.
B: 그 길밖에 없었어. 공사 팀 급여도 줘야 하고
J: 왜 그랬어. 내가 그런 부탁을 할 리 없잖아
B: 안 그럴 거 알아. 내 결정이야. 네 바카라임 아니야
J: ...
B: 정말 오랜만에 네가 행복해하는 걸 봤어
J: ...
B: 그러니까 나한테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J: 너 그 차 엄청 아끼는 거잖아
B: 글쎄, 네가 그 이상이었나 보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