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집 : 망가지지 않는 쪽으로 건네는 마음
맛있는 거 먹을까?
지친 몸과 정신을 질질 끌고 집에 들어가면 함께 살던 사람이 물어봐 주었다. 맛있는 걸 먹겠냐고. 내일을 생각하면 속이 저릿하고 차가웠고, 하루하루는 담 걸린 어깨처럼 뻑뻑하고 무거웠지만.
그 말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는 날들은 호시절이었다.
동거인은 마늘을 편으로 썰어 자작하게 퍼진 올리브 오일에 볶았다. 샤워를 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면 부엌에 마늘 볶인 향이 자욱했다. 맛있는 냄새.
나는 미어캣처럼 목을 빼고 뒷모습을 본다. 느긋한 손과 발. 칼이 도마에 정갈한 리듬을 만들며 부딪치는 소리를 듣는다. 동거인은 본인이 요리할 때 근처에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기웃거리거나 거드는 대신 너덜해진 몸을 곧추세운 채 잠자코 앉아 있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처음엔 안절부절못했지만. 그 시간이 몇 번이고 반복되는 동안 기다리는 일의 즐거움을 배우도록 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오늘도 도라이가 도라이 했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파스타 접시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동거인이 건너편에 앉았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익은 편마늘과 반달 모양으로 썰린 애호박의 연두색과 노란색 단면이 살짝 그을려 있다.
설명할 기운이 없어서 미안해.
그래 보인다. 먹어. 먹고 화를 내든 잠을 자든 해.
고마워.
천천히 먹어.
구운 애호박이 있는 오일 베이스 파스타. 애호박은 나물처럼 얇고 흐물흐물한 식감이 아닌 적당히 두툼해 씹기 좋은 식감. 소스는 거의 없다시피 면에 스며들어 있고 면의 익힘 정도는 알 덴테.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는 잠시나마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피로와 긴장의 굴레를 깜빡할 수 있는.
너무 힘들면, 그만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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