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by오소영

어떤 일을 겪어도 심하게 우울해지지 않는 신기한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그런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면 없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먹은 우울증 약의 힘일까, 나이가 들어서 모든 것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둘 다 이유일지도 모르겠네.


여기로 이사오기 전, 혼자 살던 집에서 갑자기 우울이 내리 꽂히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민폐일 것 같아서 대상을 정하지 않는 트위터에 이야기들을 풀어놓곤 했다. 뮤지션으로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보았을 때는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누군가 마음을 찍어주면 나도 마음이 천천히 풀리곤 했다. 내 글을 제대로 마주 보고 이해하려 애쓴 사람이 거의 없다 해도, 그 글에 담긴 나의 심정을 언뜻 살펴보고 이거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눌러준 마음들. 그 이후로 나도 그런 글이 보이면 꼭 마음을 더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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