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왔냐, 알아서들 있다 가라."
익숙한 통증에 군말 없이 누운 자세에서 기지개를 쭉 켠다.
천천히 일어나 세수와 양치를 한다.
창문과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 밤새 쌓인 공기와 외부 공기를 맞교환한다.
30분 정도 아침 스트레칭을 한다.
'과하지 않게'가 포인트다.
내 몸을 아이 다루듯, 섬세하게 살살 달래는 듯한 동작이면 충분하다.
불난 집에 기름 붓지 않는 의미와 비슷하다.
나에게 있어 기름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가 나를 다그치는 것'이다.
유튜브 검색으로 부처님 말씀을 한 시간 정도 재생하는데, 스트레칭하면서 30분쯤 듣고 명상하면서 30분쯤 듣는다.
2년 전 부처님 말씀을 처음 들을 땐 기분이 더러워서 몇-분 듣지 못했다.
지금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맞아'
'내가 그랬지'
'그 부분에서 내가 서툴렀지'
오늘 아침 명상 중에 '자경단'이 불쑥 찾아왔다.
과거의 어느 날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찾아온다.
'와 씨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지?'
뒷목이 금세 뜨거워지면서 목과 어깨에 과도한 힘이 들어가는 것을 금세 알아챘다.
'아... 나 또 화났구나.'
무수히 많은 과거와 싸웠봤는데, 어느 때에는 이미 충분한 결론을 짓고도 이렇게 자경단이 불쑥 찾아오면 백골이 진토 되도록 최선을 다 해 종결한 일을 또다시 일백 번 고쳐 죽이는 짓거리를 하며 하루를 망쳤다.
'아이고 난 모르겠다. 알아서들 하시고'
즈그들끼리 박 터지게 싸우든지 말든지 나는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갈비뼈가 양옆으로 벌어지는 것에 집중해서 숫자를 센다.
들이마실 때 하나, 둘, 셋, 넷.
잠시 멈춘다 하나, 둘.
천천히 내뱉는다...... 다섯, 여섯.
오디세이아에서 고대 그리스 관습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손님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풍습'
낯선 이의 방문은 신이 변장해서 온 것일 수도 있기에, 손님을 학대하거나 거부해서 신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자경단도 손님으로 볼 수 있나? 나한테는 그냥 막되 쳐 먹은 쉐키들인데 부들부들)
그리스 사람은 아니지만, 대게 세상의 모든 이야기 본질은 일맥상통하기에 자경단이 찾아오면 박 터지게 싸우는 행위는 진즉 멈췄다.
'또 왔냐?'
'뭐 알아서들 있다 가라'
명상이 끝나면 보리차를 미지근하게 데운다.
천천히 마신다.
아들이 일어나기 전 아침약을 미리 만들어 놓고, 오늘 뭘 할지 생각하며 수건을 차곡차곡 정리해 놓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모르겠고 오늘 하루는 내가 정한 대로 차곡차곡 옳게 쌓는다.
그동안 <당신의 못된 말이 나에게 꽃이 되다>를 연재하면서 시작부터가 누군가 나에게 한 말이 주요 화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쓰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어요.
가급적 나 외에 타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 이유가 있었는데, 누군가를 나도 모르게 재단하고 나쁘게 기록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커서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 글의 주목적은 '파괴'가 아니기에 잘 정제해서 계속 써 보겠습니다 :)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때까지 스스로를 믿고 keep going.
모두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