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작년 9월 출간한 공저 전자바카라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영감이 되는 시간: 17가지 영감> 에서 내가 쓴 글의 일부다.
서로가 서로의 반쪽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우리 부부는 운명처럼 만나 불같은 연애를 했다. 빡빡하고 숨 막히던 일상에 생맥주 같은 청량함을 더해줌은 물론, 일이 주는 성취가 최고의 행복인 줄 알았던 내게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행복을 알게 해 준 사랑이었다. 그러나 연애 9개월 만에 주거 문제로 혼인신고부터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났을까? 결혼식도 올리기 전부터 우리의 ‘끝나지 않는 전쟁’은 서서히 그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남편은 화가 났을 때 감정을 다스리는 게 서툴렀고, 특히나 ‘무시’라는 감정에 과민하게 반응했다. 나는 화가 나면 남편처럼 감정을 분출하진 않았지만, 공감 능력이 뚝 떨어져 감정보다 논리를 내세우는 냉랭하고 답답한 사람이 됐다. 나의 싸늘한 태도는 감정적인 남편을 무시하는 것처럼 비춰졌고 그 태도에 남편의 화는 걷잡을 수 없이 크게 번지곤 했다. 어찌 보면 우린 둘 다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렀고, 그 서투름의 궁합은 가히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요리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사랑 넘치는 그였지만 화가 나면 다소 폭력적으로 변해 폭언을 하고, 욕도 서슴지 않았다. 화났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그의 온도차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늘 남편의 기분을 살피며 눈치를 봐야 했다.
돌아보면 우리의 결혼생활은 너무나도 다른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투쟁과도 같았다. 사소한 생활 습관에서부터 돈에 관한 가치관, 연애할 때 봤다면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모습까지, 결혼하고 나서야 드러나는 모습들은 우리가 안 맞는다는 것을 계속 확인시켜 주려는 것만 같았다.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잘 살겠다고 혼인 서약까지 했는데 애들 장난처럼 쉽게 그 약속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약속에 바카라임지기 위해서라도 다름을 맞춰 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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