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뭉쳐서 활동하고 있는 I.O.I라는 걸그룹이 있다. 알 분들은 다 알겠지만 10년 전 '프로듀스 101'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국민투표로 뽑힌 각각 소속사가 다른 11명의 연습생(이었던) 소녀들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그룹이다.
당시 2016년이었으니까 난 대학원 2년 차로 공부하고 실험하느라 가장 바쁠 때였다. 원래도 연예인이나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터라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투표를 한 적도 없었고, 실험할 때 쳐진 기분을 끌어올리려 '너무너무너무' 같은 노래를 몇 번 들어본 게 내가 기억하는 I.O.I 의 전부다. 그래서 이번 데뷔소식이 나에게 어떤 감흥을 줄리 만무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된 이 소녀들의 무대를 보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는 나 자신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거였다.
우연인가 싶어서 울음이 멈춘 후 다른 무대 영상도 봤는데, 같은 부분에서 또 눈물이 났다. 정말 이상했다.
'난 도대체 왜 우는 거지?'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집 근처 스타필드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 앉아 잠깐 커피를 마시며 멍 때리고 있을 때였다. 강아지 안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는 아저씨와 안겨있는 푸들을 보고 나서였다. 10층에 있는 펫 파크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걸로 보이는 아저씨의 환하기 그지없는 미소.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품에 안은 실버 푸들을 응시하는 아저씨를 보다가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보통 내 감정에 대해 잘 알아차리는 편이라 내가 왜 우는지 정도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아니었다. 왜 눈물이 난 건지 도통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마냥 작지만은 않은 몸집의 그 푸들은 목부분은 레이스로 되어 있는 빨간 스트라이프 패턴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갓난아기처럼 배를 하늘로 보이고 아저씨 품에 폭 안겨있었다. 아저씨의 충만함 가득한 미소와 그런 아저씨의 얼굴을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는 푸들의 모습에 금세 눈시울이 붉어져 나는 눈물이 흐르기 전 얼른 닦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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