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지나쳤던 찻사발의 세계

by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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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차문화경영학과 MT로 문경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학기에 <차도구학 개론>을 듣고 있고, 수업에서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다완, 다기의 특징과 역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글로만 배우면 잘 안 들어오는 편입니다. 사진을 같이 봐도 “아 그렇구나” 정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현장에 다녀오고 나서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어떤 뜻이었는지 조금씩 정리됐습니다. 다녀온 지 3일이 지났는데도 계속 생각납니다.


첫째 날에는 조선요에 갔습니다. 9대째 이어오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가기 전에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습니다. 김영식 장인님이 달항아리를 만드는 시연을 보여주셨습니다. 두 개의 옹기를 만들고 합쳐서 형태를 잡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달항아리를 완성된 모습으로만 봐왔는데, 그날은 ‘이게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구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업 때 들었던 말들도 그때 조금씩 떠올랐습니다.

그다음에는 초벌 하기 전 옹기에 문양을 넣는 체험을 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이 한 걸 보면서 따라 했고, 물고기 문양도 찍어봤습니다. 해보니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 달 뒤에 완성해서 집으로 보내주신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잘 만든 건 아니겠지만, 제가 손을 댄 그릇이라 그런지 받아보면 그날이 바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조선요 안에는 작은 전시 공간도 있었습니다. 차 도구만 있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쓰였던 그릇들도 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찻잔 하나를 만드는 데도 손이 많이 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냥 그릇이라고 부르기엔 과정이 길었습니다.

16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전통 가마도 보고 왔습니다. 가마가 오래됐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어떤 식으로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 설명을 듣는 게 더 흥미로웠습니다. 옛날 방식이야말로 정성으로 시작해 정성으로 마무리하는 거니까요.


둘째 날에는 문경 찻사발 축제에 갔습니다. 문경에서 활동하는 요업이 33곳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둘러보니 분위기가 다 달랐습니다. 같은 찻사발이라고 해도 색도 다르고 질감도 다르고 모양도 달랐습니다. 전통을 그대로 지키는 곳도 있었고, 전통 안에서 자기 방식대로 바꾸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차이를 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모르고 갔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눈에 들어왔습니다.

관광객도 많았습니다. 저는 이제야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이어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MT를 다녀오고 나서, 앞으로 찻사발을 사거나 찻잔 하나를 고를 때도 예전처럼 고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알고 나면 물건이 그냥 물건으로만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같은 것들이 같이 떠오릅니다.

사람과 사람도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이어지듯이, 물건도 그렇게 이어진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찻사발은 평소엔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이번에 본 것들은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물어보면, 저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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