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SNS 채널에서 짧은 영상이 유행했다. 몇 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하더니, 내가 사용하는 다양한 채널에서도 도입하며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을 만들었다. 2024년 4월. 곧 오픈할 내 공간을 알리려면 나도 시류에 올라타야 할 거 같았다. 친절한 알고리즘은 나를 "이제 영상의 시대가 왔다. 숏폼으로 승부해야 한다"라는 게시글을 집요하게 보여주며 결제창을 누르게 만들었다.
SRT를 타고 서울에 갔다. 온라인, 오프라인을 오가며 강의를 들었다. 1분, 2분짜리 영상에 내가 하고자 하는 말,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 주제까지 담아 어떻게 하면 완벽한 영상을 만들 수 있을지 공부했다. 일주일에 2-3번 올리는 챌린지도 했다. 1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들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렸다. 센스도 없고 감도 없는 내가 그걸 해내려니, 새로운 걸 알아가는 관점에서는 좋았지만 상당한 시간, 돈, 에너지가 들어갔다.
작년 가을부터, SNS에 영상을 만들고 올리는 일이 버겁게 느껴졌다. 영상 편집을 하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이 시간에 아이를 한 번 더 봐주고, 차라리 밥 한 끼 제대로 해주고, 차라리 집을 조금이라도 정리하는 게 낫겠다고.
물론 영상으로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본다. 틈새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결과를 만든 사람들. 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좋은 반응이 있는 게시물이 있어도 그 효과는 며칠 넘기지 못했다. 그 짧은 파동에 더는 많은 걸 할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돌고 돌아 다시 블로그로 돌아왔다.
지난주에 기사 하나를 봤다. AI 시대가 오면 사람들은 네이버 검색을 덜 하거나, 블로그 시대는 끝날 거라고 했는데 결과가 나왔다고. 사람들은 여전히 네이버에서 검색하고, 묻고, 답을 찾는다. 정보 홍수 속에서 특히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때는 여전히 블로그를 많이 본다. 얼마 전, 글쓰기 수강생이 물었다.
"대표님한테 강의 제안하는 분은, 보통 뭘 보고 들어오는지 아세요?"
단연코 블로그였다.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발견한 사람도, 더 알고 싶어 블로그를 찾아봤다고 했다. 내가 어떤 수업을 하는지, 후기와 결과물이 어떠한지, 커리큘럼은 대략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정보는 블로그를 통해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 좋다니까 인스타그램을 하고, 블로그도 해야 한다니까 블로그를 하고, 유튜브도 하라니까 유튜브를 하고, 틱톡도 하라니까 틱톡을 한다고. 그러다 보면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아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까지 터질 수 있으니 뭐든 할 수대로 하고 본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된다. 못하는 걸 억지로 끌어올리느라, 잘해오던 것에 쓸 힘이 바닥나기도 한다. 글쓰기 스승님도 같은 말을 했다. 그분도 인스타그램을 하긴 하지만, 블로그에 쓰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수강생 대부분이 블로그를 통해 들어온다. 결국 잘 되는 채널에 집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해야 할 일도 많고,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비중도 늘었다. 하고 싶은 일 속에서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려 한다.
최근 들어 하루에 한 번, 혹은 이틀에 한 번 글을 올린다. 곧 나의 기록이자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하니까.
다른 채널을 아예 안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주기적으로, 정기적으로, 낚으려는 의도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을수록,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봐야 한다.
잘하지 못하는 것을 잘하고 싶다면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쓰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는 데에 집중하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그게 블로그였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