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넘어졌습니다

by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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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잘 넘어졌습니다. 워낙 자주 넘어지다 보니 엄마가 평소에도 무릎 보호대를 채워주셨죠. 그걸 바지 위에 덧대고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패션이나 스타일 같은 건 아예 신경 쓰지 않은 복장이었죠. 그때는 밥도 잘 안 먹었고, 키도 작고 마른 편이라 몸에 힘이 없어 더 그랬을 겁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비슷했습니다. 열차 승무원으로 일하던 때, 플랫폼에 정차해 있던 열차에서 내려오다가 틈에 발이 빠져 크게 넘어졌습니다. 오른쪽 발목과 발가락이 금방 부어올랐지만, 밤 10시가 지난 상황이라 다음 날이 돼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부상 강도가 심했습니다. 그렇지만 신입인 데다 선배들이 무서웠기에 산재처리는커녕, 최소한으로 붕대를 감고 진통제를 먹으며 1년 넘게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번갈아 다니며 치료했습니다. 그때 후유증으로 지금도 오른쪽 발목이 우측으로 살짝 돌아가 있는 상태입니다.

서른이 넘어서도 자주 넘어졌습니다. 작년에는 특히 더 자주 그랬습니다. 빗길에서도 넘어지고, 반듯하게 닦인 길에서도 발을 접질리거나 넘어졌습니다. 발가락 수술도 파리채를 밟고 미끄러져서 받게 된 거고요.


얼마 전에 스트레스가 많으면 체내 칼슘이 빠져나가서 잘 넘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의 저를 보면 그렇다고 단정 짓고 싶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대체로 급하거나 부주의하게 행동할 때마다 그러했으니까요. 늘 가던 길은 대충 걸었고, 폰을 보면서 걷거나, 시선을 앞이 아닌 바닥으로 보고 걸었죠. 그러다 보니 헛디디거나, 접질리는 일상은 흔했습니다. 제자리에 그냥 서있는 전봇대에게 인사할 뻔한 일도 여러 번 있었죠. 넘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걷는 습관에 있었습니다.

요즘은 방에서 방으로 이동할 때도 발걸음을 의식합니다. 집주인분이 인테리어 하면서 거실에 타일을 깔았는데 많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이사 오기 전날, 타원형 러그 XL 사이즈를 구매해서 당일에 바로 깔았습니다. 집 밖에서도 달라졌습니다. 걸을 때도 휴대폰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습니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몸을 사선 방향으로 살짝 틀고 옆으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어젯밤에는 14분 정도 길이의 발목 강화 스트레칭을 따라 했습니다. 발목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무릎, 골반, 허벅지에도 도움 되는 동작이었습니다. 우리 몸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는 설명을 들으며, 전반적으로 하체 근력을 키우면 더 좋겠다는 욕심도 내봤습니다.

넘어지는 이유를 하나로 정리하기보다, 그러한 일이 생기지 않기 위해 여태 없던 습관을 만들려고 합니다. 걸을 때 속도를 줄이고, 시선을 앞으로 두고, 발목 운동을 하면서요. 넘어지고 나서 후회하는 시간보다, 넘어지기 전에 조심하는 시간이 더 짧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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