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합니다. 오죽하면 「엄마 한잔하고 올게」라는 바카라을 공동 집필했을까요. 바카라을 낸 지 3년이 되었고, 작년까지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맥주 한 캔이나 막걸리 한 통을 마셨습니다. 학기 초가 되면 아이가 학교에서 가정조사 설문지를 가져옵니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주 몇 회 마시는지 묻는 항목이 꼭 있습니다. 그 문항을 볼 때마다 저는 아이 눈치를 봅니다. 솔직하게 적으면 괜히 문제가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거짓말하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면서, ‘없음’에 체크합니다.
제가 술을 줄이게 된 계기는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발가락을 다친 뒤로 한동안 술을 못 마셨고, 한 달 이상 금주가 이어진 때도 있었습니다. 그 시기가 끝나도 알아서 이어갔습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날은, 한 모금부터 쓰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꼭 참석해야 하는 모임에 나가도, 적당한 핑계를 대며 스스로 조절하거나 안 마시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연초부터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감기는 보름이 넘도록 낫지 않았고, 골반과 허리도 계속 불편했습니다. 한 번 만에 원인을 찾지 못해 여러 병원을 다니며 약을 바꿔 먹기도 했습니다. 이런 날이 이어질수록 건강에 경각심이 생겼고, 술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일부러 줄이기 위한 장치도 만들었습니다. 얼굴의 흑자, 기미, 주근깨를 없애려고 2주에 한 번씩 피부과에 갑니다. 시술 후 관리를 잘 못하면 염증이 생길 수 있어 최소 1주일은 금주해야 합니다. 이런 기간이 이어지다 보니 맥주 한 캔을 꺼내도 3분의 1 정도만 마시고 버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대신 차를 마시는 양을 늘렸습니다. 아침, 점심에만 마시던 차를 요즘은 깨어 있는 내내 곁에 둡니다. 붓기가 심한 날에는 보이차나 청차(우롱차)를 마십니다. 잠이 오면 홍차를 마십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백차를 마십니다. 그날 몸 상태에 맞춰 차를 우려 마시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다들 술을 줄이고 있었습니다. “이제 몸 사려야지”라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요. 누구는 술잔을 물이나 사이다로 채웠고, 누구는 한 잔을 네다섯 번에 나눠 마셨습니다. 저도 양해를 구하며 알아서 양을 조절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주제 위주로 대화를 나누다, 집에 와서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남은 일상을 소화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자리가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요즘 MZ 세대가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한다는 글을 종종 봅니다. 저는 스무 살 때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조금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술자리를 줄이니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고, 돈도 덜 썼고, 다음 날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중요한 모임에 나가게 되더라도 다음 날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몸 상태에 집중하며 흐름을 유지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