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아파트 청약 당첨 문자를 받던 날을 기억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집값이 올라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 드디어 내 집 마련을 하게 되었다는 조금은 순수한 마음이었습니다.
원룸에서 아파트로 이사 갈 때의 설렘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후 운이 좋게도 부동산 경기도 좋아져 집값 상승이라는 수확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저를 조금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부동산을 산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살기 위해 산 것인지, 오르길 기대하며 산 것인지.
주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들던 날, 저는 '노후 준비'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주가 알림을 확인하던 제 모습은 장기 투자자보다 단타 트레이더에 더 가까웠습니다.
주식을 사든 아파트를 사든,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왜 이 자산을 사는가."
오래 들고 가며 복리의 시간을 쌓을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흐름을 읽고 타이밍을 맞출 것인지.
이 둘은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목적이 없으면 손이 흔들립니다.
오를 때 팔고 싶고, 내릴 때 패닉이 옵니다.
결국 시장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살 때 목적을 정해두지 않으면, 자산이 나를 흔들게 됩니다.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식도 부동산도 자산입니다.
그 말은 곧, 언제든 시세가 오르내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를 것만 상상하고 자산을 사는 사람은, 내릴 때 대바카라이 없습니다.
"이만큼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
이 질문에 미리 답해두지 않으면, 하락장은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패닉이 됩니다.
저도 한 번 당해봤습니다.
특정 종목이 30% 넘게 빠지던 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시나리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로, 살 때 반드시 묻습니다.
"반토막이 나도 버틸 수 있는가. 그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예상 시나리오를 미리 써두는 것. 그것이 자산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경계하게 됐습니다.
'이걸로 평생 먹고살겠다'는 생각입니다.
재테크의 기본은 수입의 일부를 꾸준히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수입이 있어야 합니다.
본업이 있어야 투자도 이어집니다.
2021년, 개인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하고 미국 S&P 500 지수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2년, 큰 하락장이 왔습니다.
계좌는 빨갛게 물들었고, 손실은 숫자로 눈앞에 찍혔습니다.
그때 저를 버티게 해 준 것은 투자 철학이 아니었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있었기 때문에 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팔지 않았기 때문에 적립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이 쌓여, 지금의 수익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가끔 이런 말을 듣습니다.
"저 아파트만 오르면 됩니다." "이 종목만 터지면 그냥 쉬려고요."
그 말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압니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업 없이 투자 수익만 바라보는 순간, 판단이 흐려집니다.
빨리 오르길 바라게 되고, 무리하게 되고, 결국 잃게 됩니다.
재테크는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닙니다.
본업을 하며 차근차근 쌓아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주식을 사는 일도, 아파트를 사는 일도,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나는 왜 사는가. 얼마를 잃을 수 있는가. 지금 내 삶의 무게를 이 자산에 얹고 있지는 않은가.
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는 그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