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년 넘는 온라인 게임생활로 모았던 개인연금을 모두 주식에 넣었습니다.
당시 주식 시장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20년 코로나 충격 대응으로 연준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미국 S&P500은 21년 한 해에만 27%의 상승이 있었고, 모두가 주식으로 몰렸습니다.
저 역시 분위기에 휩쓸리게 되었고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21년 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을 공식 철회하고 금리 인상을 예고 했습니다.
그 이후 22년부터 폭락장이 시작되었습니다.
큰 돈을 한 번에 넣었던 제 연금도 녹아내렸습니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왜 내가 사면 항상 떨어질까.
오르는 종목을 삽니다. 바로 내려갑니다.
떨어지는 종목을 삽니다. 더 내려갑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이쯤 되면 '주식의 신이 내 계좌만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착각마저 듭니다.
사실 이 착각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주가를 예측해서 최적의 시점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문제입니다.
끝없이 오르는 종목을 구경하다가 '이대로는 놓치겠다'는 조급함에 삽니다. 그게 고점입니다.
반대로 한없이 내려가는 종목을 보다가 '이 정도면 바닥이겠지'라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삽니다.
그리고 바닥은 언제나 더 깊었습니다.
저점과 고점을 맞출 수 있다고 믿는 것. 그 착각이 손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 착각을 반복했을까요.
다시 생각해보면, 저는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한다'는 원칙을 알고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좌에 마이너스가 찍히는 순간, 그 원칙은 사라졌습니다.
스트레스가 밀려왔고, 다른 종목으로 눈이 갔습니다. 그리고 또 샀습니다.
아는 것과 지키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원칙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저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떤 종목을 살까'가 원칙의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어떤 기업이 좋은지, 언제 사야 싼지. 그 답을 찾으면 투자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원칙의 핵심은 종목 선정이 아니었습니다.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 것 자체였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뉴스가 떠들썩할 때도, 주변 사람이 '지금 사야 한다'고 말할 때도. 그 어떤 순간에도 처음의 판단을 지켜내는 것. 그게 진짜 원칙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지키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잃어도 괜찮은 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
생활비가 섞이면 흔들립니다. 당장 써야 할 돈이 묶이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마이너스 계좌를 오래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집니다. 결국 손절하게 됩니다. 원칙이 아니라 공포가 판단을 대신하게 됩니다.
여유 돈, 오랜 시간, 좋은 기업.
이 세 가지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계좌를 너무 자주 들여다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럴 때마다 기억하려 합니다. 주식의 신은 없습니다. 있다면, 그건 저의 조급함입니다.
오늘도 확인하려던 손을 한 번만 더 참아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