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청첩장을 돌리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결혼 얘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주식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한 친구는 최근 산 종목이 두 달 만에 30% 올랐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배당금만으로 월 몇 십만 원이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차트 투자, 배당 투자, 지수 투자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내고 있었고, 자랑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식으로 모두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요즘 같은 시대엔 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매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고 있으니까요.
기업이 주가에 걸맞은 이익을 실제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오르는 동안에는 방법에 상관없이 투자만 하고 있으면 수익이 납니다.
그러니 모두가 돈을 버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식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내가 산 주식이 수익이 되려면, 나보다 더 비싸게 사줄 누군가가 있어야 합니다.
개인도, 기관도, 외국인도 결국 각자의 수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주가가 내리기 시작하면, 가장 비싸게 산 사람부터 손해를 봅니다.
시장 전체가 오를 땐 티가 나지 않지만, 방향이 바뀌는 순간 그 구조가 드러납니다.
장기적으로 주식은 우상향입니다.
그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버블에 가까운 상승이 이어지면, 단기적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납니다.
닷컴 버블도, 금융위기도, 처음엔 모두가 돈을 버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끝이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그렇다고 그걸 예측해서 현금화를 하거나, 하락에 배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주가는 예측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예측에 성공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반복적으로 해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시장을 이기려 했던 사람들이 결국 시장에 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조용히 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욕심을 내려놓고, 적립식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
급등에 흔들리지 않고, 폭락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
그리고 주가 그래프보다 나의 재무 상태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점검하며, 투자를 이어갈 시드머니를 계속 만들어 가는 것.
결국 시장을 이기는 것보다, 나를 이기는 것이 먼저인지도 모릅니다.
주가를 보기 전에, 나의 재무를 먼저 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