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증권 앱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나스닥 3배 ETF. TQQQ 종목이 1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올라 있었습니다.
"이거 그냥 매달 사면 돼. 길게 보면 무조건 올라."
그 말이 며칠째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틀린 걸까요.
틀렸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그 친구의 말은 사실처럼 보였으니까요.
레버리지 ETF는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혹은 3배로 추종합니다.
지수가 +1% 오르면, 나는 +2%를 얻습니다.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이것을 변동성 끌림이라고 합니다.
지수가 하루 +10% 올랐다가, 다음 날 -9.09% 내리면 지수는 원래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2배 레버리지 ETF는 그렇지 않습니다.
+20% 올랐다가 -18.18%가 내려, 출발점보다 낮아집니다.
지수는 제자리인데, 계좌는 손실입니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레버리지 ETF는 수익률 배수를 만들기 위해 스왑 계약이라는 구조를 씁니다.
이 구조 안에 차입 비용이 숨어 있습니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은 연간 약 12%, 2배는 약 6~7%의 비용이 가격에 녹아들어 투자자에게 전가됩니다.
지수가 그 이상 오르지 않으면, 그냥 비용만 낸 셈입니다.
그렇다면 "2010년부터 TQQQ를 샀으면 대박이었다"는 말은요?
맞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15년은 역사상 유례없는 증시 호황이었습니다.
그 구간 밖으로 나가면, 블랙먼데이가 있었고 IT버블 폭락이 있었고 금융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기간을 함께 넣어 계산하면, 레버리지 수익률은 일반 지수 투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합니다.
운이 좋은 구간을 골라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왜 그 친구의 말이 그렇게 귀에 잘 들어왔을까요.
오르는 이야기는 귀에 잘 들어옵니다.
무섭고 복잡한 이야기는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는 레버리지를 사지 않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수익 화면을 보는 순간, 그 원칙이 잠깐 흔들렸습니다.
그것이 솔직한 제 모습이었습니다.
원칙은 수익률이 좋을 때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일 때 지키는 것입니다.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 친구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구조를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다릅니다.
레버리지 ETF는 도구입니다.
어떤 도구든, 쓰임새를 알고 쓰는 사람이 덜 다칩니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흔들리는 순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