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아들의 질문에 현명하게 대답하는 법
어느 저녁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소파에 앉아 습관처럼 주식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아들이 화면을 보더니 물었습니다.
"아빠, 주식 투자하면 돈 벌 수 있는 거야?"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식은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잃을 수도 있어."
"그래? 그러면 하면 안 되겠네."
"응, 그런데 건전하게 잘 투자하면 돼."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어른들끼리라면 몇 마디로 설명했을 겁니다.
회사 지분, 수익, 배당. 그런 말들로요.
그런데 아이 앞에서는 그 단어들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습니다.
"주식은 좋은 회사에 내 돈을 빌려주는 거야."
"그러면 그 회사가 아빠한테 빌려준 돈을 갚는 거야?"
"그래. 회사가 그 돈으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더 크게 만들어 주는 거야."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아빠도 좋은 회사 주식 있어?"
"그래, 몇 군데 가지고 있어."
아들은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또 물었습니다.
"그 회사들 진짜 좋은 회사야?"
저는 웃었습니다.
대답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아이한테 설명하려다 보니, 저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문득 워런 버핏이 떠올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
그의 투자 철학에 빗대어 좋은 회사를 설명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들한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네가 10년 뒤에도 쓸 것 같은 물건을 만드는 회사야."
아들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유튜브?"
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한테 물었습니다.
"너 아이폰 쓰다가 다른 폰으로 바꾸면 어때?"
아들이 바로 답했습니다.
"귀찮을 것 같아. 다 새로 해야 되잖아."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게 바로 좋은 회사의 힘이야."
좋은 사업도 나쁜 사람이 운영하면 망가집니다.
주주의 돈을 자기 돈처럼 아끼는 경영자. 말한 것을 지키는 경영자.
버핏은 그런 사람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아들한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반장이 바카라임감 있는 애면 반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회사도 리더가 중요해."
아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아들이 말했습니다.
"그러면 좋은 회사 찾는 게 어렵겠다."
맞습니다. 어렵습니다.
버핏도 평생 공부했습니다.
좋은 회사를 고르는 눈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기준을 갖고 보는 것과, 그냥 분위기에 따라 사는 것은 다릅니다.
아들의 질문 하나가 저를 다시 기본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