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골목길

by배지영

밤이었다. 건조기는 돌아가고, 강썬님이 친애하는 유튜버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평범한 밤. 로컬푸드에서 사 온 딸기를 먹으며 노래를 들으며 손에 잡히는 바카라을 넘기는 봄밤.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이름이 떴다. 박햇님(5월부터 한길문고 상주작가).


햇님 : 작가님, 집이세요?

지영 : 응.

햇님 : 샤워하고 쉬고 있나요?

지영 : 아니. 마스다 미리 만화 <오늘의 인생> 보는 중인데?

햇님 : 혹시 드라이브 할 생각 있으세요?

지영 : 왜염?ㅋㅋㅋㅋㅋ


햇님의 남편은 오늘 디저트를 좋아하는 햇님을 위해 스타벅스 초코케이크를 주문했다고 한다. 당연히 퇴근하면서 식구들과 케이크 먹는 달달한 밤을 생각했겠지만. 햇님네가 사는 곳은 서울. 햇님네가 얼마 전까지 살던 집은 군산. 케이크는 글쎄, 옛집에 도착.


햇님네 옛집 가는 길에서는 마음이 아름다워진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하루에 4시간씩, 객들에게 정원을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아름다운 정원사 선생님이 사는 집과 가깝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골목 담장 위로는 장미꽃이 만발한다. 무례하게시리 까치발을 하고서 꽃에 코를 박고 일시 정지될 수밖에 없는 곳. 그때 나는 얼마나 으스댔던가. 골목길에서 키스 한 번 안 해보고 결혼한 최길임과 배지현 앞에서 골목길 키스 대장으로 셀프 취임까지 했더랬다.


스티로폼 상자에 담긴 케이크는 햇님의 옛집 대문 앞에 있었다. 케이크를 먹어야 할 어린아이 둘과 젊은 부부는 대도시에 산다. 나는 스타벅스 초코케이크 중에서 가장 댓글이 많이 달려 있는 케이크를 선물로 보냈다.

햇님 : 으앗!!! 힝 편히 쉬셔야 할 시간에 외출하게 해서 죄송했는데ㅠ.

지영 : 아니야. ㅋ 골목길 좋아서 좀 걸었어.

햇님 : ㅠ 세일해서 산 건데... 만나면 조각케이크 하나 사주시는 건 어떨까요!!! ㅋㅋㅋㅋ 남편이 죄송하다고 거절해야 한다고....

지영 : 거절하면 절교다아!

햇님 : 헙. 알겠어욤... 제가 월급 타면 커피 사겠어요!!

지영 : 돈을 쓸 생각부터 하면 가난을 면치 못하오.ㅋㅋㅋ

햇님 : ㅋㅋㅋㅋㅋ 들켰다. ㅎㅎㅎ


참고로 나는 하루 세끼 다 먹으면 가난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점심은 잘 안 먹는다. 그리하여 재력가가 된 거다. 응? 반박시 내 말 맞음 ㅋㅋㅋㅋㅋ


#한길문고_군산시민의문화살롱

#한길문고_상주작가_박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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