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과정에서 인간은 배아때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배아 성적표에요. 중상급 1개, 중급 10개, 상급 1개입니다.”
선생님이 배아 등급을 말씀해주셨다. (물론 성적표라고 말하진 않았다.) 시험관 전 배아를 배양한 후 배아에 대한 등급을 매긴다. 물론 등급이 높을수록 좋다. 너무 생소한 개념이라 사실 이게 등급이 잘 나온건지 아닌지도 개념이 안잡혔다. 여하튼 시험관과정에서 인간은 배아때부터 평가를 받게 된다. 냉정한 세상! 추석을 앞둔 시점에 가장 중요한 시험관 배아 이식 시기가 잡혔다. 다행히 생리 이후 자궁 내막을 튼튼하게 하는 주사를 맞은 게 몸에 잘 먹혀서 이식을 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등급이 높은 배아를 이식하기로 했다. 여기서 또다시 고민이 생긴다. 배아를 1개 이식할 건지, 2개 이식할 건지 결정해야 한다. 두 개를 이식하면 성공 확률이 늘어나지만 쌍둥이를 낳을 확률도 생긴다. 남편과 나는 쌍둥이는 원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고, 확률이 낮더라도 하나만 이식하기로 했다.
이식 과정은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인공수정과 비슷하게 배아를 이식할 때 하체에 조금 뻐근한 느낌이 있었다. 이식 후에는 샌드위치와 두유를 주셔서 들고 집으로 왔다. 추석기간에는 맛있는 것도 먹고 푹 쉬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거운 생각을 하며 놀려고 노력했다. 연휴 이후에는 임신 가능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해 피검사를 해야했다. 그 사이에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보다 먼저 시험관을 진행하고 있는 친구가 나에게 물어봤다.
“임테기 했어?”
“아니..”
“어떻게 안 하지? 난 너무 궁금하던데”
임테기를 하면, 임신 여부에 대한 결과를 빠르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임테기가 아주 정확하지 않다는 말도 있는데, 괜히 들뜨거나 괜히 초조함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는 기간동안 괜히 배가 콕콕 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혹시 이식이 잘 되었을까? 그래도 이건 인공수정 때도 있었던 증상이니까 너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혹시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실망감을 느낄 것 같으니 기대도 하지 않았다.
임신테스트기에 오줌을 묻히고 평평한 바닥에 놓고 잠시 기다렸다. 병원에 방문했을 때 피검 결과가 나오기 전 임테기를 한번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테스트를 해보는 중이였다.
“어.. 두줄 맞는 것 같은데?”
한 줄은 늘 나왔지만, 한번도 본 적 없는 희미한 빨간 선이 하나 더 보였다. 그래도 너무 신나하지는 말기로 했다. 주사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피를 뽑고, 피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편하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으며 회사에 갔다. 오후에 병원에서 전화를 받았다. 피 검사 결과 132라고 했다. 80이상이 나와야 안정적인 임신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임신이 맞았다. 기쁘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전화를 받을 때 울컥했다는데 오히려 덤덤했다. 회사에서 있으면서 점점 마음이 차차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임신이라니 정말..? 기쁜 마음과 함께 불안한 마음도 함께 찾아왔다. 이렇게 부족한 내가 엄마가 되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퇴근을 했다. 친구가 남편에게 임신 결과를 알리는 이벤트를 해주라고 했다. 그래서 검사결과를 물어보는 남편에게 일부러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딸기가 그려진 케이크 모양의 카드를 하나 샀다. 임신테스트기를 붙이고 작은 택배박스에 넣었다.
“여보 이거 택배 박스 좀 열어봐.”
임테기의 두 줄을 보고 임신임을 안 남편은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제서야 임신을 한 게 실감이 났다. 난임의 끝을 알리는 경적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그날은 외식을 했다. 앞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행복하고도 조금은 염려스러운 마음이 드는 밤이었다. 이후에는 병원에 가서 남편과 함께 초음파를 봤다. 자궁 내부에 작은 점 같은 아기가 있었다. 아직 너무 작아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 0.92cm 라고 했다. 그 작은 것도 심장이 있다고 심장 소리가 들렸다.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 불안감은 사라지고 바카라임감이 깊숙이 자리 잡았다. 점점 더 실감이 났다. 기특하게도 아기가 나에게 와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