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는 자궁이 정합니다

팀장님 저 자궁이 불러.. 아니 집에 일이 있어서 연차좀 쓸게요!

by오지은


자궁이정한다.jpg

연차는 자궁이 정합니다.


나이가 있으시니 바로 시험관 하시죠


“나이가 있으셔서, 바로 시험관을 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난임 병원에 갔던 그때 당시 나이 37세, 만으로는 35세였다. 나이가 있으셔서.. 순간 긁혔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이 맞다. 마음은 알파세대인데 의학적인 나이는 노산이니까. 임신에 좋다는 보약을 6개월정도 먹었다. 그래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한방치료로는 실패했으니 양약에 기대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처음엔 난포가 터지는 주사를 맞고, 정해진 날에 부부 관계를 하라는 숙제를 받았다. 숙제를 꼬박꼬박 했으나 자연임신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하기 위해 유명하 난임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은 시험관을 바로 권유하셨지만, 우선은 인공수정을 해보고 싶었다. 인공수정은 정자를 채취하여 자궁안으로 넣는 방식이다. 인공수정을 하면 몸에 무리가 좀 덜 갈 것 같았다. 돈도 덜 들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핑계고, 여전히 마음의 문턱이 있었다. 아직 시험관까지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연차는 자궁이 정해요


“저 오늘 생리를 시작해서, 인공수정 때문에 검진 받으러 가야하는데요.”

“아, 음 내일 오후 2시에 오실 수 있으세요?”

인공수정 단계를 시작하면 생리 이틀차에 병원을 가야 한다. 다행히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병이 있었으나 그래도 생리 주기가 규칙적인 편이였다. 반면 생리 주기가 변경되면 이에 맞춰 반차를 써야한다. 생리 2~3일차 안에 초음파를 보고 인공수정을 시도하기 적절한지 몸상태를 판단해야 하기때문이다. 그러면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병원에 예약이 꽉 차 있지는 않은지, 회사의 지금 현 상황은 반차를 쓰기 적절한지 판단해야 한다. 회사는 바쁘더라도 자궁이 지금 가라고 하면 가야 하니까. 그럼 자궁의 노예인 나는 쭈뼛쭈뼛 팀장님께 말한다.

“팀장님 자궁이 불러서..… 아니!!.. 집에 일이 있어서 내일 반차 좀 쓰겠습니다.”

난임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상, 내 반차 일정은 자궁이 정한다.



앉기 싫은 의자


“저 방에 들어가서 정자 채취를 해오시면 되세요”

그 방에 다녀온 남편은 한껏 피곤해보이는 표정으로 이건 역차별이라고 분개했다. 인공수정을 할 때 남자는 정액 추출을 해야 한다. 우선 임신에 정자가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해야 하고, 착상을 위해 채취한 정자를 여성 몸에 주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산부인과에서는 여성 고객에게는 굉장히 신경서주는데 보호자(남편)은 등한시한다며 분개했다. 뭐가 불만이냐 니까 제공되는 성인동영상은 퀄리티가 낮으며, 남자들이 앉는 의자도 앉기가 아주 불쾌(?)하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갔다. 그래도 과배란 유도제도 맞고 훨씬 병원에 자주오는 나보다는 네가 덜 힘들거라며 참으라고 했다. 과배란 주사도 맞고, 약도 먹으며 드디어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날이 되었다. 그날도 남편은 정액을 채취했고, 나는 정액을 카데터로 주입하는 날이었다. 남편의 정액 채취 의자도 힘들었겠지만 나도 시술용 의자에 앉기가 무서웠다. 인공수정은 크게 불편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몸안에 기다란 카데터가 들어가는 것은 꽤나 불편했다. 그리고 아래쪽이 뻐근한 느낌이 든다. 치과에서 마취하면 약간 입안이 뻐근하듯, 하반신에서도 그런 느낌이 든다. 잠깐 누워 시술을 받고 나왔다. 그날은 3월이었는데 눈이 왔다. 봄이 될 때쯤 내리는 눈에, 이 이상기후가 좋은 징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


진짜 힘든건 질정


사실 시술보다 힘든 것은 질정 넣기 였다. 질정은 질내에 삽입하는 약간뾰족한 모양의 알약이다.손가락 두마디 이상 질 안으로 넣어야 한다. 하루에 동일한 시간 예를 들어 오전 8시, 저녁 8시 12시간 간격으로 질정을 손으로 넣어야 했다. 질정은 자궁 내막을 튼튼하게 해주고 착상을 도와준다고 한다. 처음에 침대에 누워 질정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었다. 너무 불편하고 잘 들어가지 않았다. 도대체 왜이리 잘 안되는지.. 변기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하는 법, 누워서 하는 법 등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매일 시간이 정해져있기에 야근을 하다가도 화장실에 달려가서 질정을 넣었고, 지인들과 식사중에도 화장실로 달려가 질정을 넣었다. 잊지 않기 위해 알람을 맞춰 놓고 약을 넣었다. 임신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하다니. 나는 질정이 잘 맞지 않아서 질정 투여가 가장 곤혹스러웠다.


그렇게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두 번 시도를 했으나 모두 착상에 실패했다. 계속 인공수정을 할지 시험관을 할지 결정해야 했다. 두번의 시도로 쓴 수많은 반차가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시간을 아껴야 했기에 바로 시험관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난임병원에 간다 해도 임신은 생각보다 빨리 되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맥주를 포기하고, 타인의 똥을 궁금해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