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포기하고, 타인의 똥을 궁금해하는 삶

하루에도 몇번이고 몇 시간마다 자는지, 몇 시간마다 밥을 먹는지 궁금해

by오지은
6bDyBJZ_fB-fCdRt-S5R56TvNaJMO3qx4_Pp3UajVqtELOyH08O7DgQF3i8YW7IKnh5K_FWrhuBP4lR4i9r4In8krEWefWhY4Oc0zX0Nojp5YBI7u-3yDjWM0a1HEuz_4imm901k-o2oBT5qF3DZ6NoUjBV-8RNyYpXDEfuliTnV_s-JTfehJEPtC6IeYBWr.jpg*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왜 아기를 갖고 싶었어?”


딩크인 친구들이 물었고, 스스로도 가장 여러 번 묻고 답한 질문이다. 결혼을 한다 해도 출산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 선택이 되었다. 내가 출산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는 나와 남편을 닮은 자식이 궁금하고 키워보고 싶었다. 삶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퀘스트인 ‘출산’과 ‘육아’가 어떨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다소 이기적인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싶어서였다. 사랑을 할 때도 재고, 따지는 졸렬한 내가 자식은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해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그럴 것 같았다. 따짐 없이 바람 없이 순수하게 사랑한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그 두 가지 이유로 출산을 결심했다.




어느덧 출산일. 여러 이유로 제왕절개 분만을 결정했다. 수술대에 누워 하반신 마취를 한 채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얼굴 쪽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였는데 하반신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늠이 안 갔다. 그러다가 선생님들이 배를 누르고 아이가 태어났다. “응애응애”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이상하게도 눈물이 흘렀다. 기특했다. 선생님이 아기를 보여주셨다. 10개월 동안 아기가 안녕하기를 바라며 지었던 태명인 ‘안녕이’. 아기의 얼굴을 보며 태명을 불러주었다. “안녕아 수고했어.” 안녕이는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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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으로 온 아기에게 인사를 한 후 잠에 들었다. 나중에 아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아이는 눈을 꼭 감고 있어도 예뻤다. 나는 원래 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얼굴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이렇게 빨리 사랑에 빠질 줄 몰랐다. 내가 지금껏 만든 어떤 것들보다 가장 값졌고,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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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기의 성장을 체크하는 앱에 들어가서 밥 주는 시간을 기록하고, 자는 시간을 기록한다. 남이 몇 시간에 한 번씩 깨는지, 몇 시간마다 밥을 먹는지 이렇게 헤아려 본 적이 있을까? 아마 동물 실험실이나, 병원에서 환자를 볼 때 그렇게 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삶을 살게 되었다. 타인의 밥과 잠과 똥을 궁금해하는 나날들. 그리고 남을 100번도 넘게 안아주는 일상을 보낸다. 모유수유를 해야 해서 임신기간 10개월간 참은 맥주도 마시지 못한다. 올여름은 야장에서 즐기는 술자리, 워터밤, 피서지의 바닷가 등 여름의 기쁨은 사라졌다. 대신 한 인간이 우리 집에 상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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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기의 얼굴을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속싸개를 칭칭 말고 있는 오동통한 몸통을 보면 어린이대공원에서 물 속을 유영하던 물범이 떠오른다. 스와들업에 손을 넣고 팔을 파닥거리는 아기를 보면 날다람쥐 같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다람쥐 작고 애틋하고 가련한 존재들에 다 우리 아가 이름을 붙여서 불러본다. 이제 아이는 세상에 온 지 50일이 좀 넘었다. 고개에도 힘이 생겨 점점 목을 가누고, 엄마 아빠의 얼굴을 알아보고, 눈웃음도 짓는다. 커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에 빛이 켜지듯 따스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가슴께가 약간 무거워지며 아이를 살리고 키워야겠다는 바카라임감도 실려온다. 조건 없이 사랑해주고 싶어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직까지는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반가워하는 아이를 보면 과분한 기쁨을 느낀다. 둘에서 셋이 된 올해, 앞으로의 나날을 기대해 본다.


그러고 보니 며칠째 변을 못 보던데.. 아가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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