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동의 이해', 인남식, 국립외교원, 지역학
한국은 전 세계적인 경제 규모와 국력을 자랑하지만, 그에 견줘 지역학에 매우 취약하다. 한반도 주변의 4강이라 불리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과 관심을 두고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를 분석하지만, 그곳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시야가 캄캄해지는 실정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시아 내의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각국의 사정도 제대로 알지 못하며, 몽골과 같은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어쩌면 이는 제국을 경영해 보지 않은 나라가 가지는 태생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세계 10위권 이내에 드는 막강한 경제 강국이자, 철저히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세계 곳곳의 정세와 맥락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엄중한 환경에 처해 있다.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고 외교를 맺으며 먹고살면서도, 정작 그 세계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은 한국이 가진 가장 뼈아픈 취약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경제 발전의 혈관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생소한 나라들이 바로 중동 국가들이다.
최근 들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 학살 문제,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등 굵직한 분쟁과 전쟁 소식이 들려오면서 한국 언론에도 중동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예전보다 우리 국민들이 중동 사정에 민감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쏟아지는 중동 관련 뉴스 속에서 철저히 ‘한국의 관점’에서 주체적으로 사안을 해석하고 전하는 뉴스는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대부분의 뉴스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언론의 시각을 그대로 베끼고 여과 없이 수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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