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이름을 바로 불러주는 게 외교의 출발이다.

북한을 조선으로, 일왕을 천황으로, 정명, 조미관계, 이재명 외교

by오태규


정치의 출발점은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이라는 공자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논어』 자로(子路) 편에서 공자는 “정치를 맡기면 무엇부터 하겠느냐”라는 물음에 단호히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조롭지 못하고, 말이 순조롭지 못하면 나라의 일 또한 제대로 설 자리를 잃기 때문입니다.


정명(正名)의 눈으로 본 조선·천황 호칭 논란


외교에서 상대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는 단순한 예의나 의전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고도의 전략적 행위입니다. 최근 정치권과 슬롯 일각에서 일고 있는 북한의 정식 국호 호칭을 둘러싼 논란 역시 ‘정명’의 잣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서로가 원하는 이름을 불러주자며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약칭 조선)’ 사용을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 구상의 첫걸음으로 제안했습니다. 상대를 등신대로 대하는 것이야말로 파탄 난 남북 관계를 복원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은 이를 두고 ‘통일 포기론’이라며 낡은 색깔론 공세를 폈고, 이재명 대통령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정말 플러스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정 장관도 “통일부가 끌고 갈 일이 아니라 선 공론화가 먼저”라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옳은 방향으로 내디딘 첫걸음이 여론의 눈치 앞에서 주춤한 셈입니다.


그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직거래 정상회담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당사자인 한국을 건너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이 이미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며 남북 관계를 통일이 아닌 별개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한 상황에서 이를 애써 외면하고 예전처럼 ‘헤어지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완고함은, 오히려 우리 외교의 활동 공간을 좁히고 북한에 빌미만 주는 자충수가 되는 건 아닌지 냉정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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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의 온라인카지노입니다. 한겨레신문에서 도쿄특파원과 논설위원실장 지냄. 관훈클럽 총무, 위안부 합의 검토TF 위원장, 오사카총영사를 역임. 1인 독립 저널리스트. 외교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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