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은 왜 나누어졌을까

토종씨앗, 문명을 묻다 26

by호시우행

자기 농사에 필요한 씨앗을 남겨 두고도,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에게 씨앗을 건넸을까


충북 괴산에서 농사를 지어 온 안상희는 토종씨앗을 모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준다. 그가 운영해 온 괴산한살림우리씨앗도서관에는 콩과 팥, 수수, 옥수수 등 여러 작물의 종자가 있다. 씨앗을 원하는 사람은 돈을 내지 않고 가져가 심을 수 있다. 수확한 뒤에는 다시 종자를 받아 돌려주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반환을 의무로 정하지는 않았다. 안상희는 2022년 《농민신문》 인터뷰에서 말했다. “씨앗을 반납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렵게 구한 씨앗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면서도 반드시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안상희는 1986년부터 농사를 지었다. 토종작물에 관심을 가진 뒤에는 전국을 다니며 씨앗을 구했고, 그렇게 모은 종자가 200여 종에 이르렀다. 한 지역에서 구하기 어려운 씨앗을 찾아 다른 곳까지 가야 했고, 구한 종자를 다시 심어 이어 가는 일에도 수고가 들었다. 씨앗도서관에 모인 종자는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었다. 여러 곳에서 씨앗을 구하고 직접 농사를 지어 온 시간이 그 안에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모은 씨앗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주었다.


씨앗을 나누는 까닭 가운데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종자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농민은 다음해에 심을 씨앗을 남겨 두지만 해마다 필요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확이 적거나 보관하던 종자가 상하면 파종할 종자가 부족해진다. 밭을 늘려 새로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에게도 씨앗이 더 필요하다. 반대로 재배 면적을 줄인 농가에는 남는 종자가 있을 수 있다. 어느 집에는 남고 어느 집에는 부족한 씨앗이 사람 사이를 옮겨 가는 것이다.


그러나 안상희의 씨앗도서관은 남는 종자를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는 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전국에서 토종씨앗을 찾아 모았다. 자기 농사에 당장 필요한 종자만 구하려 했다면 그렇게 많은 종류를 모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가 구한 씨앗 가운데에는 다른 사람에게도 낯선 작물이 있었을 수 있다. 씨앗도서관을 찾아오는 사람은 이미 알고 있는 작물의 종자를 구할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작물을 심어 보려 할 수도 있다. 씨앗을 나누는 일은 필요한 양을 채우는 데서 더 나아가 다른 작물을 재배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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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농업, 지역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익숙한 먹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문명과 감정, 공동체의 역사가 보인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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